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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응징과 국민의 각오
양 동 안
연평도가 북한에 포격당한 후 이명박 행정부와 군부는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응징을 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국민의 80%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도 북한이 또다시 도발해올 경우 도발 규모의 몇 배에 달하는 강력한 응징을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과 같은 깡패 국가의 도발을 종식시키려면 강력한 응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 나라 행정부-군부와 국민이 뒤늦게나마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부-군부와 국민의 태도가 향후로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응징이 1회 취해졌다고 해서 북한의 도발이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응징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종식시키려면, 북한의 도발과 그에 대한 우리의 응징이 적어도 3~4회 정도는 반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도발과 응징의 반복은 최악의 경우 남북한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남북한 간에 치고받기가 반복되는 동안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크게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이 나라 행정부-군부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응징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그중에서도 국민의 입장유지가 가능할 것인지가 더욱 의문스럽다.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 속에는 전쟁을 두려워하는 요소가 매우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60년 전에 일어난 6·25전쟁을 통해 전쟁의 고통스러움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고,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남북한 간의 치고받기가 몇 차례 반복되면서 전쟁위기가 고조되면 우리 국민의 의속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전쟁공포심리가 폭발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현재 표명되고 있는 국민의 대북 강력응징 지지입장이 흔들게 될 것이다.지금 우리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응징을 지지하는 것은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난 북한의 포악함과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력한 대응에 대한 분노로 인해 촉발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응징이 한 차례만 행해지면 북한이 다시는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그리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 응징이 남북한 간의 전면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예견하지 않은 채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북한의 도발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응징이다. 북한의 요구대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북한에 쌀과 비료를 포함한 원조물자를 제공하게 되면 북한의 도발이 일시 중단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정착되어 일정 시일이 지나면 북한은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며, 우리가 그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또 다시 도발을 자행할 것이다. 그런 점은 노점상과 조직폭력배 간의 관계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조폭은 자기들에게 돈을 바치지 않는 노점상에게 폭력을 가하다가 그 노점상이 돈을 주면 일시 폭력을 중단한다. 그러다가 일정한 세월이 지나면 조폭들은 노점상에게 더 많은 돈을 바칠 것을 요구하고, 노점상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노점상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도발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우리 국민이 전면전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런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남북한 간의 치고받기가 반복되어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전면전의 가능성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 국민의 대북 강력응징 지지태도는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그런 시기에는 남한사회의 종북·친북세력이 ‘평화운동’의 간판 아래 우리의 대북응징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격렬하게 전개하여 국민들의 입장동요를 부채질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지금 북한에 대한 강력 응징을 주장하는 압도적 다수 국민이 현재의 입장을 바꾸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응징을 자제하자’는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다.
사정이 그와 같이 되면, 행정부-군부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응징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은 정권상실을 두려워하는 여당의 압력에 밀려서, 군부 지휘관들은 계급장이 박탈당하는 것이 겁나서 대북 강력 응징을 주장하지도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전개된 그런 꼴을 보면서 북한은 ‘겁쟁이 남조선놈들’이라고 경멸하며 이제까지 해온 것보다 더 강도 높은 대남 군사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굴복하여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북한에 남한의 돈과 물자가 대거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면 얼마간 멈추었다가, 대한민국이 북한의 새로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또다시 도발을 자행할 것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