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매일 비상소집에 지휘성원도 환멸 느껴”
  • 민방위훈련에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이유로 돈을 거두는 사건이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벌어지자 주민들은 ‘전쟁이 나도 돈만 내면 군대에 안 가도 되겠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벌금은 검열성원들에게 바칠 뇌물로 사용됐다.

    자유아시아방송은 8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 “생활고 해결에 바쁜 혜산시 주민들이 비상시국을 구실 삼아 시도 때도 없이 소집되는 민방위 훈련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매일 같이 반복되는 훈련에 지친 노농적위대원들이 정작 중앙검열성원들이 참석한 비상소집훈련에 제대로 모이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것.

    이 소식통은 “엉망이 된 비상소집 훈련결과에 당황한 민방위 관계자들이 부실한 훈련준비에 따른 처벌을 무마시키기 위해 중앙당 검열성원들을 상대로 뇌물작전을 펼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7일 혜산시의 한 소식통은 “일요일(5일)에 있은 적위대 비상소집에 늦은 것 때문에 200원을 바쳐야 하게 됐다”면서 “그래도 나는 늦게라도 참가했으니 망정이지 전혀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600원씩 바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달 24일과 26일에 적위대 비상소집을 진행하고 민간군사인원들의 전투동원태세를 전격적으로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동계훈련이 시작되는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아침 5시에 적위대 비상소집을 발령하고 훈련용 비품 검사를 진행했다.

    특히 양강도당 민방위부와 시당 민방위부는 지난 1일부터 중앙당(노동당 중앙위) 민방위부 판정검열이 시작된다는 것을 각 공장, 기업소들마다 미리 포치(선포)하고 ‘임의의 시각에 비상소집 발령이 내리니 항상 대기상태에 있으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일 진행되는 비상소집에 지휘성원들마저 환멸을 느껴 훈련은 형식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불시에 내려 온 중앙당 민방위부 검열대가 일요일인 5일에 맞춰 비상소집을 발령하면서 큰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다른 소식통도 “다른 때는 보통 새벽 5시까지 혜산운동장에 모였는데 중앙검열대가 시간을 앞당기면서 큰 차질이 생겼다”며 “새벽 3시에 비상소집 명령이 내려졌는데 5시가 되어서도 모인 사람이 전체 대상자의 60%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이에 중앙당 민방위부 대열과장이 책임진 검열대는 해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노동당군사위원회에 공식 통보한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다급해진 간부들은 검열성원들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공세에 매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당과 시당 민방위부는 검열성원들에게 바칠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 기업소들에 현금을 바칠 것을 강요했고 당장 현금이 없는 공장, 기업소들은 비상소집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적위대원들을 상대로 강제로 돈을 거두면서 파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또 적위대원들을 상대로 처벌을 면하기 위한 뇌물용 현금을 거두는 행위를 두고 주민들이 “돈만 내면 이젠 전쟁이 터진다 해도 군대에 안 나가도 될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