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무현 '돈주고 멸시받고 공격받고'...사악한 평화
  •       3종류의  평화

          양   동   안

      평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국가 간의 전투행위 부재(국내에서는 폭력행위의 부재)를 의미한다.
    모든 평화는 외형상으로는 전투행위의 부재라는 동일한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그것이 진행되는 내용을 보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평화의 진행 내용에 따라 평화는 진정한 평화, 잠정적 평화, 사악한 평화 등 3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진정한 평화는 전투행위의 부재가 당사자들 간의 상호존중과 결부된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에 있어서의 전투행위 부재는 상대방에 대한 전투의지가 소멸된 상태의 전투행위 부재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전투의지가 상대방과의 공존공영의식에 의해 대체된다. 따라서 이러한 평화는 항속성을 가진다.

      잠정적 평화는 전투행위의 부재가 당사자들 간의 상호협박과 결부된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에서의 전투행위 부재는 당사자들이 서로 ‘너가 먼저 공격을 하면 나는 그보다 훨씬 강도 높은 반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가운데 공포의 균형이 형성되어 전투행위를 자제함으로써 초래된다. 이처럼 이루어진 교전쌍방 간의 전투행위 자제를 흔히 휴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휴전은 당사자들이 모두 상대방에 대한 전투의지를 유지하면서 일시적으로 전투행위를 중지한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항속성이 없다. 그래서 잠정적 평화라고 말한다. 휴전상태는 아무리 오래 지속 되더라도 자동적으로 진정한 평화로 발전할 수 없다.  

    사악한 평화는 전투행위의 부재가 평화지향적인 일방이 전쟁지향적인 타방에 아첨·굴복함으로써 초래된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는 평화지향적인 선한 쪽이 전쟁지향적인 악한 쪽에 지배당하는 평화이기 때문에 사악한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에서는 평화지향적인 쪽은 상대방에 대한 전투의지를 가지지 않은데 반해 전쟁지향적인 쪽은 상대방에 대한 전투의지를 유지하며, 후자는 전자를 경멸하면서 전자의 아첨·굴복이 흡족하지 않으면 전자에게 전쟁하자고 협박하거나 갑자기 침공을 가하기도 한다. 사악한 평화는 잠정적 평화보다 다소 지속적이지만, 그 지속 여부가 전적으로 전쟁지향적인 쪽의 변덕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항속성은 없다. 사악한 평화는 도덕적으로 잠정적 평화보다 더 나쁜 것이며, 결코 진정한 평화로 발전할 수 없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평화를 논하는 일반국민은 물론, 지식인이나 정치인들마저도 3종류의 평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평화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김대중·노무현정권 시기에 남북한 간의 평화(전투행위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를 높이 평가하면서, 북한의 전투행위에 의해 조성되고 있는 현재의 전쟁위기를 피하기 위해 이명박 정권이 김·노정권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노정권 시기의 남북한 간의 평화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김·노정권의 북한정권에 대한 아첨에 의해 이루어진 사악한 평화이다. 김·노정권은 대한민국의 북한에 대한 전투의지를 약화시키면서 다양한 구실을 붙여 북한에 매우 많은 현금과 물자를 제공하여 북한정권의 환심을 샀다.
    반면에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한 전투의지를 유지하면서 남한에서 제공된 현금과 물자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여 대한민국을 공격할 무기를 제조했다. 핵무기와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고 재래식 무기도 증강했다.
    북한은 김·노정권의 아첨과 현금·물자제공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경멸했으며, 남한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갈취해가기 위해 협박과 전투행위를 자행하기도 했다. 김·노정권은 남한의 북한에 대한 위협역량을 약화시켜 잠정적 평화를 버리고 그보다 질이 더 나쁜 사악한 평화를 취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김·노정권의 대북 아첨정책의 오류를 반성하여 아첨을 중단하자, 북한은 김·노정권 기간에 남한으로부터 북한에 흘러들어간 현금과 물자로 강화된 북한의 군사력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전쟁도발적 군사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한 군사행동을 통해 북한이 대한민국에 전하는 메시지는 ‘전쟁이 두려우면 과거처럼 돈과 물자를 바치는 아첨을 재개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메시지는 김·노정권의 추종자들이 이명박 정권을 향해 김·노정권의 대북정책과 반대되는 대북정책을 취하여 전쟁의 위기가 조성되었다고 비난하면서 김·노정권의 대북정책을 계승하여 평화를 회복하라고 주장하는 것과 취지가 동일하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김·노정권 시기의 남북 평화는 사악한 평화이며, 사악한 평화는 아무리 오래 유지되어도 진정한 평화로 발전할 수 없다. 북한이 전쟁위협을 통해 대한민국을 경멸·희롱하면서 지속하는 사악한 평화는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북한에 대한 굴복을 초래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려면 사악한 평화에 대해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대북 위협능력을 강화하여 남북한의 관계를 공포의 균형에 따른 잠정적 평화상태로 조속히 환원시켜야 한다.
    공포의 균형에 입각한 잠정적 평화, 즉 휴전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남북한 간의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는 노력을 가능케 하는 발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