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체포사태에 '격앙' 초강경 발언 줄이어상임위 보이콧하고 예결위만 가동....전면거부시 역풍 우려
  • 민주당이 17일 청목회 입법 로비와 관련, 검찰이 자당 소속 강기정, 최규식 의원측 관계자 3명을 체포한 데 대해 국회 상임위 일정 모두 거부하기로 했다. 다만,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예정대로 참여해 대포폰 논란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국회 예산결산특위 및 상임위별 예산심사를 보이콧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강구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탓에 이날 각 상임위는 열리지 않았으며,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만 참석해 텅 비어 있는 광경을 연출했다.

  • 당초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김황식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종합정책질의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소관 부처별 예산안을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자당 의원 긴급체포에 항의하며 긴급 의총을 소집시키면서 각 상임위와 전체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오늘 오후에 진행되는 상임위에는 참석하지 않고, 예결위만 진행을 해서 이석현 의원이 대포폰 게이트와 현안에 대해 질의하고 이후에 퇴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또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은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아니라 개인이 합법적으로 10만원을 내고 10만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정치자금법상 보장된 깨끗한 정치자금"이라며 "불법 정치자금으로 매도하고 둔갑시킨 검찰의 수사는 정치권의 불신을 국민들에게 야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당내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與 "예산심사 거부 野, 피해는 국민에 돌아갈 것"

  • ▲ 검찰이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강기정, 최규식 의원실의 관계자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공지사항을 전하고 있다
    ▲ 검찰이 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강기정, 최규식 의원실의 관계자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공지사항을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대포폰 문제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한 뒤 예결위장을 퇴장해 오후 4시30분경 재의총을 열어 향후 투쟁 방안에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의 고유한 책무는 입법과 예산심사인데 야당이 예산심의를 거부한다면 직무유기"라며 "야당이 검찰체포를 빌미로 309조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 심의와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루거나 졸속으로 처리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당에서도 검찰 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개별의원에 한정된 발언에 그쳤으며 당 지도부는 반응을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선 초강경 목소리가 줄을 이었고, 검찰과 현 정권에 대한 전면전 태세를 지속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한몸이 돼 현 정권의 실정에 물러서지 않고 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며 전의를 다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회에 내려지는 정권의 폭거"라고 맹비난한 뒤 "우리는 모두 운명공동체로 일심동체가 돼 싸워나가야 한다"고 가세했다.

    또 이날 의총에선 청목회 수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민주당 의원 전원 87명이 수사의뢰서를 내고 검찰에 출두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격한 논의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응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을 원내 현안과 연계해 전면거부에 나설 경우 자칫 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민주당 의총에선 검찰수사에 반발하는 뜻으로 예산 심의를 전면 거부하는 한편, 청와대 대포폰 의혹을 놓고 맞불을 지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