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일과 싸우는 탈북 전사를 남한에서 극형에 처하다니...
  • 장진성 시인을 위한 辯論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것은 아픔이었다. 아니, 죽음이었다. 아니, 학살이었다.
    나는 내 손녀 둘이 손가락만 아프다고 해도 내 가슴이 저려 옴을 느낀다.
    그런 딸과 손녀를 단 돈 백 원에 판다고 생각해 보라. 그 백 원으로 풀떡을 사서 그 아이 입에 넣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으로 그 애들을 어디론가 떠내보낸다고 생각해 보라.

    그 학살 현장을 견디다 못한 시인 장진성은 남으로 내려 왔다. 학살 정권에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되기 위해.

     그 장진성 시인이 며칠 전 직장에서 파면당했다. 황장엽 선생의 현충원 안장을 결정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그가 TV 패널로 출연한 것이 말썽이 된 모양이다. 그의 직장 내부 사정에 깊이 간여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상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으로 그에게 내려진 '파면'이라는 형(刑)이 주는 섬뜩함이다. 

     파면은 재판으로 치면 극형 즉 사형이다. 간첩이라 할지라도 모조리 사형을 때리는 건 아니다. 사형, 무기, 20년, 15년, 12년, 10년, 7년...등으로 등급이 매겨 있다. 황장엽 씨를 현충원에 안장한 것을 지지한 게 사형감이라면 황장엽 씨를 현충원에 안장하기로 결정한 이명박 정부가 먼저 사형을 받아야 할 일이다. TV에 출연한 게 사형감이라면 그 직장의 우두머리되는 사람은 그러면 TV 근처에도 비치지 않았는가? TV 출연이 문제인 게 아니라 내부절차상의 흠결이 문제였다 한다면, 그게 과연 극형감인가?  

     그렇다고 극형 아닌 무기, 20년, 15년 급에 처해 마땅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 사람아 정부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애는 썼다만 이러 이러한 점은 이렇게 했어야지!" 하고 상관으로서, 선배로서, 보스로서 후배에게 '쫑코'나 한 번 줬으면 될 일 아니었나? 뭐 그런 직장, 그런 선배가 있나? 그거 어디 살벌해서 사람 살겠나?  

     장 시인은 두만강을 건넜을 때 딸을 팔도록 만드는 김정일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법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그러기 전에 먼저, 감히(?) 공개석상에서 정부 결정을 지지하다가 직장에서 극형에 처해질 줄은 아마 그 자신도 몰랐고 다른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람 목숨 정말 우습게 날라가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후배 목을 그만 일로 단칼에 뎅겅 자른 선배들 참 용맹무쌍하구먼.  

    <류근일 /본사고문, 언론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