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등, 경로당 난방비 삭감 등 현안 4대강과 연관4대강 공세로 손학규 대표체제 선명성 드러내기 주력
  •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사업'으로 규정짓고, 최근 벌어진 사회.정치적 현안을 4대강과 연관지어 공세를 펴고 있다.

    '4대강 반대'는 민주당의 오랜 당론이지만 손학규대표 체제에서 더욱 수위가 높아진 발언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지난 2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4대강'이란 단어가 무려 24회나 등장하기도 했다.

    손학규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사업은 위장된 운하사업이고 사실상의 대운하 1단계 사업인 만큼 전면중단, 재검토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정부가 아무리 우겨도 4대강은 대운하"라고 거들었다. 그는 전날에도 "당내 '4대강·대운하 반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와 함께 본격적인 대운하 반대 국민운동을 시작하겠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4대강 운하 사업 반대하는 모든 야당 시민단체 국민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단호히 반대하겠다"고 별렀고, 김영춘 최고위원은 "4대강 사업 등에 투입되는 예산을 절감해서 서민살리기에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유기농단지에서 열린 민주당의 4대강 국감현장 점검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4대강 공사는 운하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유기농단지에서 열린 민주당의 4대강 국감현장 점검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4대강 공사는 운하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경로당 난방비, 배추값 폭등 다...4대강 때문?

    이와 관련해 엉뚱한 데 불이 붙었다. '경로당 예산비 삭감'을 두고 전날 박 원내대표가 "4대강 예산 증액 탓"이라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이 "노무현 정부때 전액 삭감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공방이 벌어진 것.

    민주당은 앞서 배추값 폭등 원인도 '4대강 탓'이라고 주장했었다. 또 "거짓말을 일삼는 대통령이 되지 말고 4대강 사업을 취소해서 채소 재배면적을 늘려 (채소)물가를 잡아달라"(강창일 의원,9월29일), "4대강 사업에 따른 채소재배 면적의 급감이 큰 원인"(박병석 의원)이라고 단정했었다. "채소값 폭등은 단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김치 없는 대한민국, 김치 못 먹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지 않느냐"고 사태를 부추기기도 했다.

    당시 이같은 주장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추석 당시 폭우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4대강에 흘려보낼 돈 8%만 투자하면 서울시 물폭탄 피해는 완전히 막을 수 있다"(전병헌 정책위의장)며 4대강과 관련지어 공세를 폈다.

    여기에 최근 화두로 떠오른 '복지'와 '서민'을 활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4대강 사업 예산을 줄여 복지와 교육 분야 등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 듯 해보이는 주장이지만 복지 재원 확충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치적 공세라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 ▲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팔당유기농단지에서 열린 민주당의 4대강 국감현장 점검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4대강 공사는 운하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여권 당직자는 "사업이 중반이나 이른 상황에서 민주당의 공세가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과연 진정성이 있나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복지나 배추값 등으로 연관지어 견강부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4대강 이슈 왜 이렇게 열 올리나?

    민주당으로서는 4대강 공세가 '손해보지 않을 이슈'라는 게 자체 판단이다. 4대강 반대운동을 통해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을 끌어 들여 차기 선거에서 '우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국민적 반대운동에 앞서 '4대강 사업=대운하'라는 선전구호로 반대여론에 주력하고 있다.

    또 "'4대강·대운하 반대특위'는 일종의 국민운동본부로 보면 된다"(박지원 원내대표,28일)는 발언에서 나타나듯, 반대 여론을 국민운동 수준으로 끌어올려 4대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 상황에서 이익을 얻겠단 속셈도 숨기지 않는다.

    4대강 공세는 손학규대표 체제 하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정책인 4대강 사업에 각을 세움으로써 대여공세 효과와 차별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4대강·대운하반대특위원장으로 이인영 최고위원을, 대변인에는 10·3전당대회 때 손학규캠프 대변인으로 일했던 차영 전 통합민주당 대변인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