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의 군사 퍼레이드가 말해주는 것 

                                                           양   동   안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10일 평양에서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퍼레이드 참여 군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가두 환영, 화려한 불꽃놀이 등이 진행되었다.
    평양에서 벌어진 이러한 경축행사들은 외부의 관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사항을 일깨워주었다.

     

    첫째, 북한은 식량난을 겪고 있는 국가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군사 퍼레이드를 사열하는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비롯한 북한 지도부 인사들은 모두 영양상태가 매우 좋아보였고, 행진하는 군인들도 부실한 식사를 하고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힘있는 행진을 했다. 군인들의 차량행렬을 가두에서 환영하는 시민들도 영양부족과는 거리가 먼 표정과 행동거지를 보였다.
    야간에 행해진 화려한 경축 불꽃놀이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국가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사치스런 것이었다. 또한 이날 퍼레이드에 소개된 무기들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국가로서는 개발·생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런 모든 것들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지 않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북한이 참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다면, 이날 경축행사에 소모된 돈과 자원을 아껴서 식량난 해결에 보탰을 것이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생산할 비용을 식량난 해결에 사용했을 것이다.

     

    둘째, 북한의 식량난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일반 주민들에 국한된 식량난이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10일의 경축행사에 참여한 북한 지배층과 그 주변 계층의 사람들은 식량난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다. 북한 지배층과 그들에 충성하는 주변 계층의 사람들은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일반 주민에게는 식량을 나눠주지 않은 탓에 일반 주민들만이 식량난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지배층은 일반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에 사용할 돈과 자원을 무기 개발과 생산에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북한 지배층은 자기들의 역량으로 일반 주민의 식량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엉뚱한 일을 하느라 일반 주민의 식량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북한 지배층은 일반 주민의 식량난 해결에 사용할 돈과 자원은 무기 개발과 생산에 투입하고 일반 주민의 식량문제는 외부에 동냥해서 해결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셋째, 북한이 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만일 북한이 평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북한은 전쟁을 위한 노력보다 경제를 부흥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현재의 동북아 정세로 볼 때, 북한은 군사력을 증강하지 않더라도 국가방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의 적인 대한민국과 미국은 북한을 선제공격하려는 의지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며, 북한의 동맹인 중국은 북한이 선제공격을 받을 경우 중국을 지키는 것과 똑 같은 강도로 북한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이 평화를 원한다면 일반 주민의 식량도 제대로 배급할 수 없게 망가진 경제를 부흥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평화를 원할 경우 해야 할 경제부흥은 내 팽개치고 군사력 증강에 매달리고 있다. 북한은 칼을 녹여서 쟁기를 만드는 평화노선을 외면하고 쟁기를 녹여서 칼을 만드는 전쟁노선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군사 퍼레이드에 선보인 신형 미사일(무수단 미사일) 등은 북한의 그러한 노선을 잘 입증해주고 있다. 더구나 북한 지배층은 이번 군사 퍼레이드를 함에 있어서 그런 무기들이 지나갈 때 카드 색션으로 ‘조국통일’이란 글자를 만들도록 했다.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으로 통일을 달성하겠다고 대한민국을 협박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에서 진행된 군사 퍼레이드와 기타 경축행사들이 외부 관찰자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이상과 같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애국적 국민이라면 누구도 ‘북한 동포의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해 북한에 쌀을 보내자’는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평양의 군사 퍼레이드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사실은 북한이 지배층과 그 주변 계층의 식량을 일반 주민에게 나누어주고, 전쟁지향 노선을 버리고 평화지향 노선을 취한다면, 북한의 일반 주민들의 식량난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과다한 비축미의 일부만 방출해도 북한 일반 주민들의 식량난은 당장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한민국의 정부나 민간단체가 북한의 일반 주민들의 식량난 완화를 위해 북한에 쌀을 보낸다는 것은 △북한 지배층과 그 주변 계층이 식량을 독식하는 것을 지원하고, △북한 정권이 평화지향 노선을 외면하고 전쟁지향 노선을 추구하는 것을 지원하며, △나아가서는 한반도통일을 위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된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