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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엑스포(Expo)의 도시 여수.
8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여수공항에 내려 차로 30여분을 달리자 바다 위에 떠있는 웅장한 콘크리트 주탑 2개가 위용을 드러냈다.
대림산업이 시공하고 있는 '이순신대교'의 건설 현장이다.
2007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이 교량은 100% 기술 자립에 성공한 한국형 현수교다.
대림산업은 2012년 5월에 개최될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2012년 10월이던 당초 준공을 6개월 가량 앞당기기 위해 착공 이후부터 3년 동안 매일 24시간 인력을 풀가동했다.
김종인 대림산업 사장은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여수세계박람회의 또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를 위해 공기단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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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현수교, 기술자립 선언 = 현수교는 주탑(主塔)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뜨린 고강도 강선(wire)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의 교량이다.
현존하는 해상 특수교량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긴 경간장(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로 다리 길이는 주탑 양쪽에 있는 측경간장 길이(715m)를 합쳐 2천260m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수교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탑과 주탑 사이 주경간장의 길이는 1천545m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에서도 일본의 아카시대교(1천990m), 중국 시호우먼교(1천650m), 덴마크 그레이트벨트교(1천624m)에 이어 4번째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경간장의 길이를 늘린 것은 광양항을 이용하는 대형 수출컨테이너선이 여유있게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1만8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2대가 동시에 왕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간장의 길이 1천545m는 광양 노량해전의 주인공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1545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경간장이 길수록 그만큼 주탑의 높이는 높아진다. 이순신대교의 주탑은 해발 270m로 세계 최고(最高) 규모다.
이는 서울 남산(262m)과 여의도 63빌딩(240m) 보다 높고, 현재까지 세계 최고 자리에 있던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254m)를 16m 뛰어넘는 것이다.
주탑은 바다를 메워 만든 소형 콘크리트 인공섬 위에 세워졌다. 인공섬까지는 육지에서 배를 타고 10분, 거기서 다시 5분 정도 호이스트(hoistㆍ리프트)를 타고 주탑 꼭대기에 올라가자 바다 너머로 광활하게 펼쳐진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광양, 여수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탑 건설에는 '슬립 폼(Slip Form) 및 헤비 리프팅(heavy lifting) 공법'이라는 신기술이 도입됐다.
이는 콘크리트 거푸집을 탈착하지 않고 유압 잭을 이용해 거푸집을 자동으로 상승시키는 공법으로 24시간 연속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어 일반 공법에 비해 50% 정도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기자단과 함께 현장에 동행한 김 사장은 "빠듯한 공기로 인해 걱정이 많았는데 신공법 덕분에 11개월만에 주탑을 완공할 수 있었다"며 "주탑 높이 245m의 덴마크 그레이트벨트교가 30개월, 238.5m의 인천대교가 21개월 걸린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또 도로의 하중을 낮추기 위해 일반 아스팔트에 비해 두께가 얇고 가벼운 '애폭시 아스팔트' 포장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경제성을 도모했다.
교량 상판은 강풍이 심하고 태풍이 자주 출몰하는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첨단 신기술로 꼽히는 '트윈 박스 거더(Twin Box Girder)'를 채택, 거더 중간에 바람 길을 터 주어 내풍 안정성을 높였다.
서 소장은 "모형을 이용한 풍동 실험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인 초속 90m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태풍 분류기준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초당 44m 이상의 태풍 2개가 한꺼번에 몰려와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다음달부터 1년간 주탑과 주탑 사이를 연결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에 착수한다. '철의 하프'로도 불리는 케이블 설치는 현수교 공사의 핵심 공정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한다.
케이블은 피아노줄처럼 생긴 초고강도 강선 1만2천800가닥을 촘촘히 엮어 만들어진다. 세계 최초로 1천860MPa(메가파스칼)급의 인장강도를 보유한 직경 5.35mm의 강선의 사용되며 총 길이는 총 7만2천km로 지구(약 4만km) 2바퀴 거리와 맞먹는다.
대림은 그동안 일본 기술에 의지해왔던 케이블 가설장비를 모두 직접 개발해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수교의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 기술로 소화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5개국에 불과하며 우리나가 6번째 자립국이 된 것이다.
장비의 국산화로 이순신대교 건설에만 200억원 정도의 기술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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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해외 특수교량 수주 박차 = '이순신대교'는 엄밀하게 전라남도가 시행하는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전체를 통칭한다.
이 도로는 여수시 월내동 여수산단~묘도~광양시 금호동 광양산단을 연결하는 것으로 총 4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진행된다.
현재 여수~묘도를 연결하는 사장교 구간(1공구)은 GS건설이, 묘도 육지부 구간 도로(2공구)는 금호산업, 묘도~광양을 현수교(3공구)는 대림산업, 광양 육지부 구간(4공구)은 포스코건설이 각각 시공중이다.
이 가운데 대림산업이 시공하는 현수교는 이순신대교의 핵심 구간으로 공사비가 4개 공구중 가장 많은 4천933억원에 이른다.
이 공사가 끝나면 국도 17호선으로 우회할 필요없이 바다를 가로질러 여수산단과 광양산단을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이동거리가 현재 60㎞에서 10㎞로, 소요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된다.
토목사업본부 윤태섭 상무는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경간장 1천280m)를 능가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관광상품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이번 이순신대교를 토대로 해외 특수교량 건설 수주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특수교량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주도해왔지만 이번 100% 기술 자립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건설사들을 압도하겠다는 각오다.
김 사장은 "내년 이후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수교 방식의 터키 제3 보스포러스대교와 사장교인 베트남 밤콩대교 수주를 준비중"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거둔 성과가 해외에서도 조만간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