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한-EU FTA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유럽산 수입차의 가격이 점진적으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 유지보수비용까지 인하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답변을 꺼리고 있다.
한-EU FTA 시작되면 수입차 가격 인하
지난 10월 6일 한-EU FTA가 공식 체결됐다. 실제 적용되는 것은 내년 7월부터. 언론들은 돼지고기, 명품, 와인, 수입 자동차 가격의 인하가 기대된다며 대서특필했다. 특히 언론들이 주목한 부분은 가격인하 폭이 큰 유럽산 자동차.
실제 한-EU FTA에 따라 관세가 모두 사라지는 2014년이 되면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7~10% 가격을 내릴 수 있다. 인하폭은 고급차일수록 커져 최고급 세단인 벤츠 S클래스는 1990만 원까지 가격을 내릴 수 있다.
유럽산 자동차 업체의 한국 법인들 또한 “FTA의 효력이 시작되면 지금까지 비용 문제로 한국에 도입하지 않았던 소형차들 또한 한국에 도입,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
- ▲ 아우디는 한-EU FTA가 발효된 뒤 소형해치백 A1을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유럽에선 '없어서 못 판' 차라고 한다.ⓒ
이들이 소형차를 한국시장에 내놓을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연 평균 7~10% 가량 가격을 인상해 왔다. 이제 3000cc 이상의 대형차 가격은 4000만 원대에 이르러 비슷한 등급의 미국차, 일본차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배기량 2000cc급 이하의 중소형차종은 수입차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업체들이 1000cc 미만의 경차들을 1000만 원대 중후반 가격으로 들여올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이점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
수입차 구입 부담스럽게 하는 유지보수비용
이 같은 언론보도에 한-EU FTA의 발효를 고대하는 이도 많으리라. 하지만 이 보도에는 빠진 부분이 있다. 바로 유지보수비용이다.
차를 탈 때는 기름값 외에도 보험료, 각종 소모품 비용, 각종 사고와 고장 시 수리비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수입차=고급차’였던 한국 시장의 특성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은 차량 구매고객에게 3년 또는 50000km를 달릴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 교환 및 경정비 무료 쿠폰을 지급해 왔다.
한-EU FTA 이후에도 대형차종에 대해서는 이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로 들여오는 소형차종에 대해서는 가격상승, 수익유지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무료 쿠폰은 거의 사라지고 오일 교환, 냉각수 보충 등에 대해서도 비용을 치러야 한다. 참고로 같은 2000cc급 중형차라 하더라도 유럽산 수입차는 국산차의 5배 가격(평균 30만 원 내외)을 받는다. 일부 유럽산 수입차는 간단한 오일류 교환조차도 자사의 AS센터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
- ▲ 2004년 1월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있었던 마이바흐와 프린스 승용차의 추돌사고. 마이바흐는 뒷범퍼만 깨졌으나 전체 비용이 1억 원 가까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마이바흐 차주가 프린스 차주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돼 자비로 처리했다.ⓒ
고장이나 사고 시 수리비 또한 만만치 않다. 유럽산 수입차 중 일부는 문짝 하나를 교환하는데 1000만 원 이상 들기도 한다. 대형 세단이나 대배기량 스포츠카의 경우에는 범퍼나 사이드미러 교환하는데 1500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보험료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9월부터 손해 보험사들은 외제차도 국산차와 같이 21단계 등급으로 세분화, 보험료를 차등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 4% 인상은 기본이고 차종에 따라 자차 보험료는 최대 45% 인상됐다. 즉 수입차를 구입한 사람이라면 수백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더 내게 된 것이다.
유럽 수입차 업체, 유지보수비용 내릴 계획 물으니 “…….”
이런 상황이 생기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경차와 소형차를 싼 값에 들여와도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 또한 현재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은 계속 가중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 수입차 업체들은 한-EU FTA 이후 각종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업체의 홍보대행사에게 문의한 결과 “아직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일부 고급 수입차 업체는 “본사에서 그(가격인하 및 유지보수정책)에 대해 답변하기가 쉽지 않은 거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물론 2014년에야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모두 철폐되는 만큼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제반 계획을 세우는 게 너무 성급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2011년 7월부터 한-EU FTA가 발효된다고 해도 유지보수비용이 높아 구입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