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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F1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세계 최고의 열기를 자랑하던 모나코 경기마저 몇 년 전에 비하면 시들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겪은 여파이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싱가포르 그랑프리가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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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싱가포르 F1은 최초의 야간 경기라는 이유만으로도 무수한 뉴스거리를 제공했다. 싱가포르의 화려한 야경이 새삼스레 세계인들 입에 오르내렸고, 좋은 목의 광고는 당연히 일찌감치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영암 F1 경기를 맞아 이런저런 화젯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F1은 단순한 자동차 경주가 아니다. 이는 스폰서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초기 F1 대회 때는 타이어 제조업체와 같은 자동차 관련 업체가 대부분의 스폰서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10년 싱가포르 그랑프리의 경우 자동차와는 전혀 관련 없는 업체도 상당수 경기를 후원하게 되었다. LG 그룹이나 저가항공업체인 에어아시아가 좋은 예.
그렇다면 우리나라 영암 F1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우수한 서킷, 멋진 풍광. 물론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F1 팬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모나코의 고풍스러운 거리나 싱가포르의 황홀한 야경이 아니다. 그들은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경기가 없이는 관객도 없고 스폰서도 없다.
스폰서 없는 F1은 상상할 수 없다. 전 세계 수천만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F1은 엄청난 매체 커버리지를 자랑, 세계 최고의 광고판 역할을 담당해왔다. 수많은 다국적기업 스폰서들이 F1의 경제적 성공을 보증했다. F1의 주무대가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 F1은 날로 성장하는 '타겟 오디언스'를 찾아 아시아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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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하지만 영암의 F1은 여러 가지로 볼 때 ‘무리수’임이 사실이다. 우선 장소 자체가 국제적으로 볼 때 아무런 ‘네임 밸류’를 갖고 있지 않다. 아시아 지역의 F1 경기 관람자 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모두 합해봐야 유럽의 1/3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렇게 ‘적은 오디언스’를 보고 기꺼이 달려들 스폰서는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이 지나며 F1에 대한 관심이 아시아 지역에 저절로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지나친 낙관이다. 중국의 경우 2004년 첫 F1경기를 치를 때만 반짝 관객이 집중되다가 날이 갈수록 관람객 수가 줄어들어 경기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래서야 스폰서 모집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다행히 인도나 동남아시아 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인도 출신의 카룬 선수가 참가하면서 인도의 관람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는 자국 선수가 ‘세계 최고’일 때만 관심을 가져주는 아시아인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이 평상시 프로 축구경기를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10월자 광고전문 월간지 <캠페인>에서는 아시아 출신 스타 선수가 하나 둘 출현하면 아시아 지역의 F1 열기도 유럽에 못지않게 타올라 곧 경제적인 성공도 보장할 수 있게 되리라 내다보았다. 올해 말레이시아 F1의 큰 성공 역시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참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결국 광고 수입은 ‘뛰어난 광고 영업 실력’이 아니라 ‘경기 내용’에 있다는 것이다. 영암 F1의 성공여부도 마찬가지. F1의 성공은 당장의 억지 춘향 식 스폰서 모집보다는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 좋은 경기이든, 우리 선수이든 - 을 제공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