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부부 TV 토크쇼 출연
  • "우리 어머님 하시는 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이명박 대통령)
    "아직 가슴에 남은 후회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사회자)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 어머님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돼요"(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KBS 1TV '아침마당'에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출연한 이 대통령은 작고한 어머님 얘기가 나오면서다.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란 주제로 70분간 진행된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대통령은 "훌륭한 어머님을 만나 굉장히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가난을 통해 많이 배웠고 우리 어머님이 행동하시는 것을 보고 많이 배운 것"이라며 자신의 성장과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 어머니였음을 강조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이 대통령의 습관도 어머님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힘들던 유년시절을 보낸 과거를 회상하고 당시 어머니의 행동 하나하나를 상세히 설명하던 이 대통령은 사회자가 "아직 가슴에 남은 후회나 아쉬움 점은 뭐가 있느냐"고 묻자 "글쎄 말이죠. 좀 안됐죠"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잠시 침묵한 뒤 이 대통령은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새 옷을 한 벌 사드린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걸 지킬 기회가 없어 늘 가슴 아프죠"라고 말하며 결국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이 대통령은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 어머님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돼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가난하든 어렵든 가족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정이 화목해야 하고 서로 사랑해야 해요. 제가 재산을 다 내놓을 때도 어머님한테 약속을 한 게 있어서에요. 나중에 돈 벌면 다 내놓겠다고, 물론 그때는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님과 약속이기 때문에 지킨 것이에요. 국민들이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자기 자식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부모를 사랑해야 해요. 이게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 보다 더 중요해요. 그래서 나는 우리가 원조를 주는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해요" 

    김 여사도 생전에 보지 못한 시어머니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김 여사는 "어머님은 이 대통령이 사장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비전을 갖고 기도하셨고, 이 대통령이 사장이 될 것이라고 믿으셨나봐요. 그래서 이 대통령이 35살에 최연소 사장이 됐잖아요. 그래서 저도 어머님 삶을 이어받아야 겠다 싶어 지금부터 손자.손녀들에게 기대치를 두고 기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그간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사회자가 "두 분이 함께 식사할 기회가 많으냐"고 묻자 김 여사가 "요즘은 지겨울 정도로 같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해 주변이 웃음바다가 됐고, 이 대통령도 "스케줄이 없을 때는 집에 일찍 들어가는 데 걱정할 게 없어요. 집사람만 졸졸 따라다니니까"라고 답해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입맛이 없을 때 이 대통령이 찾는 음식을 묻자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어릴 때 보리밥을 많이 먹어서 지금도 보리밥은 싫어한다"며 "흰쌀밥에 계란하나 넣고 기름 넣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도 "어릴 때 그게 먹고 싶었다"고 거들었다. 김 여사는 "청와대에 들어온 뒤 지겨울 정도로 같이 식사를 한다"며 "외부 행사에 안 나가면 청와대에서 세 끼 식사를 다 하는 '삼식이'"라고 소개해 좌중을 웃겼다.

    특히 정신과 의사인 보조진행자가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이혼 위험도 커진다'는 취지로 질문을 하자 이 대통령이 "이혼시키려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퇴임 뒤 인사동에서 만난 풀빵 장사 부부도 깜짝 출연해 이 대통령으로 부터 전수받은 풀빵 만드는 비법도 공개했고, "대통령이 되고 제일 감동스러운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질문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의 편지를 소개하며 "지하방에 사는데 어머니는 불편해서 일을 못하고, 세를 올려 달라고 해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하더라. 편지를 받고 임대 아파트로 옮기게 해주고 일자리도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방송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이 대통령 부부는 지난 2008년 초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아침마당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