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번째 Lucy 이야기 ④  

     이미 말해준 터라 나는 호텔로 돌아와 5장까지의 수기를 모두 복사 시킨 후에 복사본을 프론트에 맡겨 놓았다.

    오후에는 고영훈과 상담이 있었으므로 저녁까지 같이 먹고 나서 늦게 호텔로 돌아왔더니 그 사이에 김태수는 수기를 찾아갔는데 쪽지를 한 장 남겨 놓았다.

    「바쁠테니까 내가 수기 다 읽고 나서 연락할게. 테드.」

    김태수는 내가 남자가 생겼다는 것을 안다.

    밤 10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씻고 나서 곧 전화기를 들었다.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를 누르자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나서 응답 소리가 들렸다. LA는 오전 6시경이 되어있을 것이다.

    「김동기씨 입니까?」
    하고 내가 묻자 곧 사내의 웃음 띤 목소리가 울렸다.
    「거기, 서울의 루시양이죠?」

    김동기가 맞다. 나에게 이승만의 수기를 보내준 장본인, 할리우드의 뉴만제작소 사장, 억만장자, 수기 5장에 이승만의 분신처럼 등장하는 김일국의 손자와 이제 통화를 하는 것이다.

    내가 대답했다.
    「네, 보내주신 수기, 잘 읽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과 인연이 얽힌 사람들이지요.」
    김동기가 화답했다.

    스티브의 보고를 들으면 1950년생이니 올해로 59세. 내 아버지뻘이다.

    내가 물었다.
    「김선생님 부친께서 이 수기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전해주시라고 하셨다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만.」
    「그동안 루시양도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조사 해보셨지요?」
    「네, 알고 있습니다.」
    「루시양의 한쪽 편 선조 되시는 박기현님이 제 부친의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
    「그런 인연도 있어서 제 부친께서 그 수기를 꼭 박기현님의 후손께 전하라고 유언 하신 겁니다.」
    「......」
    「루시양 모친께서는 부모 양쪽분이 이승만 대통령과 밀접한 분들이셨죠. 알고 계시지요?」
    「예, 압니다.」
    「찾는데 힘이 꽤 들었습니다.」

    김동기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세상은 넓은 것 같지만 좁아요. 뿌리를 찾다보면 모두 인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렇다. 나도 그것을 느꼈고 김태수 또한 그것으로 지금 갈등하고 있을 터였다.

    내가 다시 물었다.
    「선생님, 이 수기는 얼마나 더 남아 있습니까?」

    그러자 김동기가 다시 소리 내어 웃는다.
    「아직 많아요, 루시양. 하지만 걱정 하실 것 없습니다. 내가 미리 손을 다 써두었으니까요.」
    「뭘 말이죠?」
    「호텔 숙박비는 내가 다 계산하기로 조치 해놓았습니다.」
    「......」
    「그리고 당신 사업, 한국에서 잘 될 겁니다. 내가 도와드릴테니까요.」
    「아니, 김선생님.」
    「그동안 다른 것 신경 쓰시지 말고 수기를 읽고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

    잠깐 말을 그쳤던 김동기의 목소리에 다시 웃음기가 섞여졌다.
    「지금 만나시는 미스터 고, 좋은 선생이 될 겁니다. 루시양, 당신은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요.」

    어느새 김동기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사라져 있다.
    「그것이 루시양 조상에 대한 예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