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의 아니게 일이 생각보다 커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결과를 기다리겠다"
    16일 문성민(24.현대캐피탈)의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 거부와 관련한 상벌위원회가 속개한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실.

       상벌위원에게 해명하고자 이곳을 찾은 문성민은 담담하게 결론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문성민의 기대와 달리 상벌위원회의 결정은 일을 더 크게 만들고 말았다.

       KOVO는 문성민의 드래프트 거부 사실을 인정하고 경고 조치와 함께 올해 계약 연봉 전액(1억1천만원)을 벌금으로 내라고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은 물론 이 문제를 지적한 삼성화재, 대한항공, LIG손해보험 등 3개 구단 모두 반발했다.

       KOVO의 최종 결정을 듣고자 아침부터 사무실을 지키던 3개 구단 관계자들은 발표가 나자 "이 정도 사안을 어떻게 경고 조치로 넘기려 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현대캐피탈 역시 "문성민의 드래프트 거부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상벌위원회가 심증만으로 징계를 결정했다"며 열흘 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KOVO는 지난 7일 1차 상벌위원회에서 신인 선수가 드래프트를 거부했을 때 줄 수 있는 '최고 5년간 자격 상실'보다는 징계금을 물리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고 결국 원안을 확정했다.

       경고 조처를 내렸지만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단계라는 점에서 구속력은 없다.

       문제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희한한 결정'이 내려지면서 '문성민 사태'는 법의 판단을 빌릴 공산이 커졌다.

       현대캐피탈은 KOVO 결정에 민사상 소송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자세다.

       3개 구단은 내부 결정을 통해 태도를 정리하겠다는 방침이고 어떤 식으로든 최소한 정규 시즌에서 문성민의 출전 정지 처분을 이끌어내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KOVO는 문성민이 드래프트 규칙을 어긴 점을 인정하면서도 프로배구 전체 흥행 판도를 고려, 선수 출전 정지보다는 벌금으로 무마하고 '면죄부'를 주려 했다.

       나머지 3개 구단이 사실상 공통으로 요구한 출전 정지 수위는 아예 거론조차 안 된 모양새다.

       또 이와 비슷한 사태가 재발했을 때 방지책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원칙을 세우지 못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문성민처럼 드래프트를 거부한 뒤 해외에 나갔다 국내 구단으로 '우회' 등록할 수 있다.

       KOVO는 프로배구 각 구단의 이해 조정 노릇 뿐 아니라 규정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스스로 권위를 세워야 할 책무가 있는 집단이나 이번 문성민 사태로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상벌위원회 결정과 별도로 각 구단과 긴밀히 상의, 물밑에서 이번 사태를 조용히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불분명한 태도로 차일피일 기일을 미루다 결국 각 구단의 반발만 초래했다.

       한편 문성민은 "아시안게임과 정규 시즌에서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찾아뵙겠다"며 애써 그간 마음고생을 지우려 했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대표팀에서 경기력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