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발언 3차례 다르게 전달...MB 진심은 무엇?
  • "잘사는 사람 때문에 못사는 사람이 안 되는 게 있다.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건 사실이다"

    "잘사는 사람 때문에 못사는 사람이 못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건 사실이다"

    "잘사는 사람 때문에 못사는 사람이 못사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되는 것도 아닌게 사실이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 12명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 12명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대기업 총수 12명과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맨 처음 발언은 출입기자가 공개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고, 두 번째는 청와대가 공개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다. 마지막은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소개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을 놓고 해프닝이 벌어졌다. 맨 처음 출입기자를 통해 공개된 발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대기업이 저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키워드가 '공정한 사회'란 점과, 최근 정부가 대기업과 사회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를 수정해 출입기자들에게 알렸다. 맨 처음 문장과 의미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워낙 (취재기자가) 멀리서 이 대통령의 말을 들어 잘 들리지 않았는데 녹음을 들어보면 실제 발언은 '잘사는 사람 때문에 못사는 사람이 못사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되는 것도 아닌게 사실입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방송에 너무나 명확하게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다"고 취재기자가 반박하자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최중경 경제수석과 홍상표 홍보수석 등에게 확인할 결과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되는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다'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잘못 소개된 것이고, 이 대통령이 이중부정의 문장을 잇따라 하다보니 엉키면서 원래 의도와 다르게 발언이 전달됐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대기업을 비판한 것은 사실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지 한참이 지나서야 해명을 한 점과 이 대통령이 이날 대기업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점과 연결되면서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