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장-사회조화 이룬 성공모델”“국가의 지나친 시장종속 안돼..G20서 논의해야”“한.에콰도르는 ’웅덩이 건너면 닿을’ 사이”
  •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오는 11월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제와 관련, “국가들이 시장의 논리에 지나치게 종속되고 시장에 너무 끌려다니면 안된다”며 “시장과 사회와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은 시장경제와 사회발전의 조화를 이룬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은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핵무가 없는 세상 구축 등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국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제 ’한 웅덩이만 건너면 닿을 정도’의 거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코레아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 이번 방한의 성과와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평가해달라.

    ▲에콰도르는 한국의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동경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빈곤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놀라운 국가다. 60년전에는 한국전쟁 당시 에콰도르가 의료품과 물자를 지원하는 가난한 국가였는데, 지금은 에콰도르보다 5∼6배 경제규모가 큰 국가가로 탈바꿈했다.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던 저로서는 한국이 모든 경제이론을 뒤엎는 놀라운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 와서 직접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양국은 비즈니스 분야에서 투자, 무역, 기술이전에 대해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다. 국제무대에서도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핵무가 없는 세상 구축 등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그만큼 협력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크다.

    -- 양국관계가 어떤 면에서 협력과 발전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양국이 수교한 지 50년 정도가 됐지만 양국 협력이 가져올 잠재력에 비해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양국의 경제구조는 상호보완적이다. 한국은 석유는 없지만 정유소가 있다. 반대로 에콰도르는 석유가 나지만 정유소가 없다. 그런 면에서 두 나라는 보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필요한 파이낸싱을 제공하고 한국의 대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또 한국의 식량 자급자족 비율은 매우 낮다. 한국의 영토는 에콰도르의 절반이지만 국민은 에콰도르보다 4배가 더 많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자국민의 80배에 달하는 국민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의 미래가 매우 희망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 한국 기업들이 에콰도르 시장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중인 대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08년 새 헌법을 통해 국내투자와 해외투자, 그리고 민간분야와 공공분야 가릴 것 없이 전반적인 투자 제반여건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그중에는 국가 개발계획과 생산변혁 계획이 포함돼있다. 특히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3년간 소득세의 점진적 인하, 경제특구와 물류기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재건도 추진 중이다. 많은 예산을 할당해 도로건설과 항만, 수력발전 등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계획하고 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분야는 교육분야 투자다. GDP(국내총생산)의 1% 밖에 안되지만 예전과 비교함녀 예산이 3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인력양성에 대한 국가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수있다.

    이 같은 투자환경 개선에 따라 에콰도르와 한국은 그야말로 ’한 웅덩이만 건너면 닿을 정도’의 거리가 됐다고 할 수 있다.

    -- 한국 기업들은 에콰도르의 에너지.자원 분야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마나비(Manabi) 태평양 정유공장 건설을 비롯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려고 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의 수주협상 진행상황을 설명해달라.

    ▲에콰도르는 11개 수력발전소를 건설했거나 추진중에 있다. 앞으로 전력발전을 두배 이상 증강시킬 계획이며 수력발전은 에콰도르 전체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기회가 많으며 수력발전소 건설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나비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125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투자규모가 된다. SK는 이미 에콰도르 에너지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에스메랄다스 정유소 개.보수 공사를 수주했고 앞으로 마나비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질적으로 굉장히 우수하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콰도르에 절실한 것은 기술이전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에콰도르 정부와 거래할 때 계약서에 기술이전이라는 항목이 반드시 명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인력을 훈련시켜 인재를 양성하고 나아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 한국이 오는 11월 개최하는 G20 회의에서 어떤 의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보나.

    ▲현재 전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는 피상적인 위기가 아니라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국가들이 시장의 논리에 너무 종속되고 시장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의 중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시장과 함께 하는 사회’가 되어야지, ’시장의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시장경제와 사회발전의 조화를 이룬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최근 세계가 겪고있는 금융위기는 바로 시장의 세계화와 시장에 대한 종속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11월 G20 정상회담이 바로 사회와 시장간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