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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소배출권 시장의 현황
지난 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15)가 국가 간의 의견 차이에 의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폐막됨에 따라 새로운 형식의 기후 협약 체결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이는 기존 교토체제 하에서 당사국들 갂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일부 국가들의 탈퇴를 야기하였고, 당사국 중 감축 규정치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이 막연한 가욲데 UN의 탄소 시장 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UNFCCC의 복잡한 탄소배출권 인증 절차는 선진국들의 배출권 확보에 어려움을 주었으며, 이로 인해 배출권 확보가 용이한 새로운 탄소시장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미국은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국에는 국가단위 탄소 감축 의무를, 개발도상국에는 산업별 탄소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비 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No Lose Sectoral Credit)을 제안했다. 이는 선진국에만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체제와 달리 개발도상국에게도 감축 의무를 두어 그 동안 책임을 회피해 오던 중국을 새로운 탄소체제에 참가 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유럽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탄소나프타(Carbon NAFTA)를 체결하여 독립적인 탄소제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중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탄소 감축 의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펜하겐 총회에서 다른 개발도상국들을 앞세워 탄소 감축 의무를 회피하고자 했던 중국은, 자금을 지원해서라도 반드시 개발도상국에도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 발젂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존의 체제보다 미국이 제안한 산업별 양자협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배출권은 2020년까지 3천 6백조 원(3조 달러)으로 늘어나 다른 어떤 자원보다도 큰 시장을 형성하며 세계 경제를 재편성할 것이다. 또한 2012년 이후 미국과 중국이 양자협약에 합의하여 글로벌 탄소체제를 형성하게 된다면, 중국을 핑계로 지금까지 감축 의무를 미루어 왔던 한국, 러시아, 인도 등의 국가들도 이러한 국제 정세를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탄소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탄소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2. 미국과 중국의 전략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미국은 1990년 수준 대비 20 퍼센트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되어 있었으나 자국의 경제 사정과 중국, 인도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참가를 미뤄왔다. 실제로 미국 내 기업들에게 필요한 탄소배출권은 연간 20억 톤 정도이지만 교토체제 하에서 미국에 공급 가능한 탄소배출권은 총 누계 기준으로 3억 톤에 불과하여 UN 하에서 정해진 탄소 감축 기준을 맞추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더 나아가 미국은 모든 사안이 UN을 통해 결정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새로운 형식의 기후 협약을 제시했다. 이는 1990년을 기준으로 하는 교토체제와 달리 2005년을 기준으로 한 탄소 감축 의무를 설정하여 미국의 입장에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유럽 국가들이 유럽의 탄소시장 붕괴를 이유로 반대해왔던 벌목방지 탄소배출권을 포함하고 있다.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을 통해서 미국은 그 동안 개발도상국의 지위로 기후 협약 참가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중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저가의 배출권을 공급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감사와 관리를 통해 중국의 산업도 견제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멖트, 철강 등의 경쟁력 있는 몇 개 산업 부문에서맊 탄소 감축에 합의하면 기준치가 다른 나라보다 낮아 쉽게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 모두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 거래가 UN 하에서 진행되었던 교토체제에 비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지난 코펜하겐 총회에서 중국은 탄소 감축 의무를 피하려는 무리한 전략으로 후진국의 영웅이 되고자 했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후진국들의 입장을 대표하여 후진국에도 탄소감축 의무를 부여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회의를 성과 없이 단들되 그 책임은 선진국에게 전가하고 시간을 벌겠다는 중국의 터무니 없는 전략이었다.
총회가 짂행되는 동안 선진국들은 탄소배출량의 총 누계가 미국의 4분의 1이나 되는 중국에게 역사적인 책임을 요구했으나 중국은 대화에 비협조적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탄소 규제를 추구하는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태도에 맞서 후진국이 탄소 감축을 한다면 미국이 1,000억 불을 원조하겠다고 대응했다.
미국과 유럽이 탄소관세로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많은 논란을 겪어가며 결국 선진국과 합의를 하는 다자간(UN or Multilateral)이 아닌 미국이 제안한 양자간(Bilateral) 탄소체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3.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한국의 선택
새로운 탄소체제의 설립이 확실해지면서 교토체제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었던 한국이 POST-2012에는 감축의무 대상국가로 편입될 가능성도 분명해졌다. 따라서 한국은 2013년 이후 탄소 정책에 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 유럽 두 체제를 모두 거부한다면 탄소 관세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1990년 기준 감축을 요구하는 유럽체제를 선택한다면 탄소 감축 부담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한국은 기존 체제보다는 감축 부담이 적은 미국 체제에 참가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토니아 등 동구국가들이 선진국으로 편입되며 많은 혜택을 끌어냈던 전례도 있고, 탄소나프타 참여를 선언한 캐나다처럼 2000년 기준을 주장해 감축 의무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기업들은 CDM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국내 CDM 사업을 추짂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의문이 든다. 2013년 이후 국내 CDM 탄소배출권은 인정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탄소체제까지 연장될 수 있는 기존 사업들은 유럽 기업들이 이미 선물구매권리 계약(Call Option*)으로 묶어 두었기 때문에 한국이 들어갈 틈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탄소 감축 의무를 갖게 된다면 자체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거나 후진국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비중이 크고 에너지 가격 효율이 높아 자체 탄소 감축 비용이 맋이 들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생 금융상품의 성격을 갖는 탄소배출권은 새로운 탄소체제가 설립되고 모든 조건이 안정되면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가격이 올랐을 때 배출권을 구매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므로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 2013년 이후 탄소체제에 인정받을 수 있는 탄소배출권 사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현재 교토체제가 인정하는 6가지의 산업용 가스 중 HFCs와 SF6는 제외되고 REDD가 인정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산업용 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적 사업이나 REDD를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보이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열대 우림의 REDD+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SIG Clean Energy Investment Ltd. 고문
前 캐나다 수상 정책 고문, 재무부 장관 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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