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보수세력이 주말인 28일(현지시각)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보수결집을 통한 ’미국의 명예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를 비정치적인 이벤트라고 주장했으나, 행사시점을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 연설 47주년 기념일에 맞춘데다가 집회 장소도 킹 목사가 1963년 연설했던 링컨기념관이어서 흑인 및 진보진영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특히 진보진영은 이들 보수세력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의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런 대규모 행사를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블 뉴스채널인 폭스뉴스의 사회자이자 대표적 보수논객인 글렌 벡이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찬조 연사로 참석했다. 두 사람은 모두 새로운 보수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티파티 운동’을 적극 지원하는 인물이다. 미 언론은 전국에서 몰려든 보수진영 참석자들이 1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워싱턴기념탑 주변의 내셔널 몰에는 이들을 태우고 온 전세 버스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 ▲ 워싱턴 기념탑주변서 열린 미국 보수세력 군중집회. ⓒ 연합뉴스
    ▲ 워싱턴 기념탑주변서 열린 미국 보수세력 군중집회. ⓒ 연합뉴스

    글렌 벡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은 오늘부터 비로소 신(神)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벡은 또 “너무도 오랫동안 미국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성취했던 일들과 앞으로 우리가 해낼 일 등 미국의 훌륭한 점에만 집중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페일린은 이날 모인 청중을 ’애국자’로 치켜세우면서 “우리는 미국을 재건하고, 미국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일린은 또 킹 목사의 유산을 지키는 길은 군에 복무하고 있는 미국의 아들과 딸들을 명예롭게 하는 일이라며 “나는 이라크전에 다녀온 아들을 키운 엄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권운동가들은 이날 보수진영의 집회가 킹 목사 연설 기념일에 맞춰진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보수세력의 행사장 주변에서 맞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