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민이 출국하는 날 아침, 이동규는 국제호텔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이동민이 웃음 띤 얼굴로 이동규를 맞는다.

    「내가 대학에 알아보니까 휴학계 벌써 냈더구나.」
    금방 다가온 종업원에게 커피를 시킨 이동민이 만족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그럼 날 잡아서 바로 오면 돼. 필요한 서류는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되니까 말야.」
    이동민은 이동규가 군입대 관계로 휴학계를 낸 것을 알 턱이 없다.

    팔목시계를 본 이동민이 핸드폰을 꺼내들며 말했다.
    「고모한테 들었더니 어머니도 널 보내겠다고 했다던데 다 잘 된 거야. 그럼 아버지하고 이야기 좀 해라.」

    버튼을 누른 이동민이 핸드폰을 귀에 붙인 채로 똑바로 시선을 주었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연결이 되어버렸다.

    「예, 아버지.」
    하더니 이동민 앞에 앉은 이동규에게 손짓을 하면서 송화구에 대고 말했다.
    「여기 동규 있습니다. 통화하시지요.」
    그리고는 핸드폰을 내밀었으므로 이동규는 꼼짝하지 못하고 받았다.

    심호흡을 한 이동규가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는 말했다.
    「여보세요.」
    「이놈아, 동규야.」

    아버지가 커다랗게 소리쳤는데 끝 말은 떨렸다. 하긴 아버지 목소리를 들은 지 5년 쯤 되었다.
    5년간 핸드폰 번호를 세 번이나 바꿨으며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았다. 모두 아버지나 형하고 통화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헤어진 마당에 목소리로 얽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쪽과 어머니하고 직통 라인이 없는 마당에 연락책 역할 하는 것도 싫었다.
    LA 사람들이 어머니를 무시하는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예, 안녕하셨습니까?」
    어쨌든 인사는 해야되었으므로 우물거리며 말했을 때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네 형한테 이야기 들었는데 오겠다니 잘 생각했다. 학교도 휴학계 냈다면서?」
    「예.」
    「그럼 당장이라도 오너라. 서류는 여기서 연락해도 돼. 사람 시키면 다 된다. 넌 몸만 오면 된다.」
    「예에.」
    「대학은 네 적성에 맞는 곳으로 넣어주마. 넌 서울에서 정상적인 대학을 다니는 애라 기부금만 내면 어디든 간다.」
    「예에.」
    「너, 입영 연기를 했다던데 가만있으면 영장 나오는거 아니냐?」
    「예에.」
    「빨리 와야겠다. 군대 갈 필요는 없다.」
    「......」
    「남들 다 빠지는데 내 자식만 집어넣는 놈은 병신이지. 내가 한국에 세금 낸 것만으로도 할만큼은 했다.」
    「......」
    「잘난 놈들은 다 제 자식 빼돌리는데 내가 왜?」
    하더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빨리 오너라. 알았느냐?」
    「예에.」
    「내 재산도 네 앞으로 떼어놓을 작정이야. 동규야.」
    「......」
    「이놈아,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느냐? 그런데 네놈은 제 엄마 역성든다고 애비 원망을 하다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으므로 이동규는 핸드폰을 귀에서 조금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