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셨을 때 이동규는 오래가는 편이다.
    무엇이 오래가는고 하면 삽입 후부터 사정 할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그러나 과한 것은 안한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과음하면 아예 발동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적당히 마셨고 충분한 사전 답사를 한 후에 행사를 치렀기 때문에 채지수는 만족해서 늘어졌다. 경험이 적은편도 아니어서 이동규는 꾸민 표정을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동규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채지수와 나란히 누워 담배 연기를 천정으로 내뿜고 있다.
    안면도의 바닷가 모텔방 안이다. 이곳은 독채여서 침실 두 개에 응접실과 주방까지 갖춰졌다.
    그래서 채지수는 마음놓고 신음을 토해낼 수 있었다.

    벽시계의 야광침이 밤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자기야. 너무 좋았어.」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면서 채지수가 말했다. 몸을 반쯤 일으켰기 때문에 젓가슴이 늘어졌다. 채지수의 젓가슴은 큰 편인데 탄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늘어진다. 아무래도 성형을 잘못 한 것 같다. 채지수가 다시 눕는 바람에 젓꼭지가 이동규의 코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동규는 섹스를 할 때 젓가슴을 잘 만지지 않는다. 언젠가 어떤 여자의 성형한 젓가슴을 만졌다가 혼이 난 후부터 그런 버릇이 들었다. 젓가슴이 터졌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119를 불렀기 때문이다.

    다시 누운 채지수가 물었다.
    「미국 가려고 휴학 했다고 했지?」
    아까 술 마시면서 그렇게 이야기 해 준 것이다.
     
    방 안의 불을 환하게 켜 놓아서 채지수는 눈의 쌍꺼플 수술 자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눈두덩이 두꺼워서 칼로 썰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만 빼면 미인이다. 몸매도 잘 빠졌고 섹스도 훌륭했다.

    이동규의 시선을 잡은 채지수가 말을 잇는다.
    「가서 뭐해? 놀거야?」
    「미국 갈까 군대 갈까 지금도 고민중야.」

    이동규가 불쑥 말했더니 채지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영도는 군대 빠졌던데. 자기도 그럴 수 없어? 돈만 쓰면 된다던데.」
    「그 새끼는 나중에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되기 힘들거야.」
    「군대 안간 국회의원도 많던데 뭐.」
    「청문회에서 당하기 싫어.」
    「나, 미쳐.」

    그러면서 채지수가 손을 뻗어 이동규의 물건을 쥐었다.
    「엄, 벌써 섰네.」
    감탄한 채지수가 이번에는 두 손으로 물건을 감싸 안았다.
    「자기 멋있어. 한번 더 해줄래?」
    「천천히.」

    두 팔로 팔벼게를 만든 이동규가 느긋해 졌다.
    섹스는 자신감인 것이다. 위축되면 될 것도 안된다. 치켜 세워주면 더 잘된다.
    내가 박재희에게 실패한 이유도 위축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급해졌고 그럴수록 위축되었다.

    다시 박재희를 만난다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몇초 사이에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 동안 채지수는 이동규의 물건을 주무르느라 여념이 없다.

    그때 이동규가 다시 불쑥 묻는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니? 미국에 가면 대학 편입도 되고 곧 시민권도 나와. 재산 몇백만불도 덤으로 떼어 받을지 몰라. 」
    심호흡을 한 이동규가 말을 잇는다.
    「여기 남으면 2년동안 군에서 썩은 후에 노땅이 되어서 복학 해야지. 그때까지 누가 내 옆에 남아 있을까?」

    「아, 못참겠어. 이제 넣어줘.」
    그때 번쩍 머리를 든 채지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