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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이재오’가 뜻하는 것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기용을 놓고 그 인사(人事)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포석이라고 본 한 언론인의 글을 보았다. 과연 그렇게 봐야 할지 어떨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언론인으로서는 그렇게 볼 만한 구석이 있다고 보았기에 그런 글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있을지도 모를 정상회담은 때리고도 배짱 내미는 측과, 얻어맞고도 “만나 주” 하는 측과의 비(非)대칭적인 만남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게 한 나라와 한 나라 대통령이 할 짓인가? 북의 해안포 포탄 몇 발이 NLL 이쪽으로 분명히 떨어졌는데도 일체 대응사격조차 하지 않는 게 아무레도 좀 수상쩍다 싶었는데, 이것도 혹시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몸조심’이었나?
지나친 추측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집권측 일각에는 “중국이 북한을 다 먹어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손을 써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앞세워 ’이명박 식 햇볕‘을 주장하는 흐름이 있다고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업적주의‘에 미련을 가지고 ’재임기간 중 정상회담을 한 번도 못해 본 대통령’을 면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햇볕’을 준다고 중국-북한 밀착이 벌어질 리도 없으려니와, 레임덕을 앞 둔 이명박 대통령과 절대군주 같은 김정일의 만남은 그 자체가 이쪽의 정치적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귀착될 우려가 충분히 있다. 만나려면 “만나달라”고 하기 위해 선물 리스트를 제시할 것이고, 저쪽은 배를 쑥 내밀며 “이걸로 되겠느냐?‘며 고자세로 나올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담을 성사시킬 ’간절함‘ 때문에 ’천안함‘은 아예 거론조차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쪽은 ”천안함은 북의 소행 아니다“라는 북의 입장을 사실상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이 아무리 포악을 부려도 이명박 정부가 ‘단호한’ 맞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쪽의 수를 이미 읽고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이야 물론 달갑지 않은 것이지만, 그래도 세게 나가는 게 상책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래야 이쪽의 내부 분열과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를 극대화 시킬 것이라고 믿을 것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그는 “계속 밀어부쳐라”는 수법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적당히 밀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일까? 대통령이 한 번 답해 보기 바란다.
대한민국 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일관성과 소신을 너무 믿지 말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