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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지류먼저”
여주 이포보의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한 국회의원 일행이 시위 농성장을 찾았다. 여주 이포보 인근 주민들 한 무리가 다가와 “반대하는 사람들이 동네사람 홍수 걱정 하느냐? 여주가 발전할 유일한 기회니 반대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국회의원과 환경단체 회원인 듯한 사람들은 “홍수는 지류에서 나지 본류에서 나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넓게 환경을 생각해 달라”는 등 주민들이 몰라서 그렇다는 듯 돌아가며 충고를 늘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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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초 광주지역에 내린 190mm정도의 비로 승촌보 공사 현장 인근 영산강 본류 제방도로까지 넘칠듯 찰랑거린다. ⓒ 뉴데일리
큰비만 오면 찰랑거리는 강물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발을 동동구르던 주민들이 듣기엔 딱 “물정 모르는 외지인의 소리”다. 실제로 이날 주민들은 이런 “한심한 소리들 하고 있다”고 혀를 찾다.
반대측의 논객으로 유명한 한 교수도 광주 KBS의 토론회에서 찬성측 토론자가 자기 가게 1층이 잠겨버린 사진을 들고 나와 설명하는데도, “선생 댁은 아마도 지류였을 것” “배수펌프장이 잘못돼 침수가 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태연히 하기도 했다. 토론자 자신이 피해자이고 본류 뚝 위에서 운영하는 식당 침수 사진을 들고 나왔는데도 반대자의 입에선 아주 자연스럽게 “지류”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포털 지식사이트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왜곡 과장 주장 중 하나도 “지류먼저”설이다. 정말 큰 강 본류보다 곁에 붙은 지류를 먼저해야 할까?
어찌보면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준설과 하천 정비는 필연적으로 유속을 빠르게 한다. 한양대 한명수 교수는 “지류를 정비하면 지류의 유속이 빨라져 본류에 이르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그만큼 본류와 지류가 동시에 위험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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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초 광주지역 190mm정도의 비가 내린뒤 영산강 본류에 금세 물이 차올라 역류하는바람에 광주시 화정동 시산마을의 고추 비닐하우스에 물이 차올랐다. 지류는 넘치고 본류는 괜찮은 게아니라, 본류가 막히면 지류까지 영향을 주는 사례다. ⓒ 뉴데일리
경기대 윤세의 교수도 “상류를 먼저 정비하면 흐름이 빨라져 홍수시 하류나 본류의 대처 시간이 짧아져 위험하다”며 하류, 본류를 먼저 하는 게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류나 지천을 먼저 정비했을 경우 유속이 빨라진 물이 정비가 안 된 하류로 급속히 밀려들면 큰일이다. 지천 주변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순차적으로 한다면 인구 밀집지역이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치수를 하는데 있어 4대강 본류같은 대규모 하천은 200년에 한번 오는 정도의 홍수를 대비하고, 상류나 지류는 50~80년에 한번 오는 홍수를 대비해 시설을 설계한다고 소개했다.한양대 한명수 교수도 “국가는 기업에서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의무”라며 “공공재인 국가하천을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순서가 본류먼저이지 지류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정부도 4대강 사업에 이어 지방하천 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올 10월 종합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과연 공사가 성급한가?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진영에선 “왜 동시 다발적으로 공사를 서두나”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4대강 공사를 서두는 것은 맞다.
그러나 찬성측이나 전문가측이 ‘서둔다’는 의미는 반대자들이 ‘서둔다’고 하는 의미와 완전히 다르다.
반대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또는 대통령 임기 중에 끝내기 위해서”라고 공격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공사를 서두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하천공사의 특성. 둘째, 시간을 끌수록 비용증가. 셋째 빈번한 이상기후로 하천관리대책이 시급함을 들 수 있다.
하천 공사는 우기를 최대한 적게 거치는 게 관건이다. 우기엔 수중공사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첫 장마인 7월에도 보 현장을 넘치는 홍수가 발생했고 이를 감안해 보 구조물 공사는 이미 대부분 휴지기에 들어갔다. 큰 비가 예고되면 준설은 준설대로 올 스톱이다.
그러니 우기를 가능한 한 적게 거치는 것이 상식이다.
한강 6공구 강천보 건설현장의 수자원공사 강천사업단 박성순 단장은 “충주댐 설계와 공사에 참여했다. 5년여에 걸친 공사기간이었는데, 규모가 훨씬 작은 보 공사에 2년이면 빠른 것도 아니다. 과거와 달리 토목기술도 발달해있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공사를 서둘러 진행한다는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또한 시일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국토부 홍형표 기획국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상승에 따라 사업비도 자연히 는다. 공사가 늦어지면 세금은 그만큼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더구나 이상기후에 따른 집중호우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 도로 공사는 예산에 따라 공기를 늦추기도 한다. 중간쯤 완공된 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하천 공사는 중간쯤 완료된 채로 사용할 수가 없다. 마무리가 안 된 공사장에 집중호우라도 생긴다면 피해는 불을 보듯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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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장맛비로 잠긴 함안보 현장. 우기엔 이렇게 하천공사현장이 잠기는 일이 많다. 그래서 하천공사는 우기를 가장 적게 만나도록 서둔다. ⓒ 뉴데일리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한 교수는 “대규모 SOC사업 중 특히 하천 사업은 기본적으로 속전속결이 기본”이라며 부분적으로 하면 하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자원공사 강천보건설단 박성순단장은 “하천공사는 시간 단축이 열쇠다. 하천공사 중 우기를 많이 만나면 시간과 공사비가 훨씬 더 들어간다”고 단언했다.반대론자들은 2012년 선거를 대비한 무리한 사업진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정치적인 사업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시립대학 문영일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는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정치적 성격의 사업”이라며 이건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당장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닌 대규모토목공사는 기본적으로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추진된다는 속성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문 교수는 “하천 같이 특수한 분야는 빨리 결정하고 빨리 완공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시킨다”고 했다.
취재중 만난 모든 현장소장도 같은 말이다. 토목공사 현장에서만 30년 보냈다는 한 소장은 “하천공사는 속전속결, 공기와의 싸움이라는 것이 상식”이라고 너무 서두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질문같지 않은 질문”이라고 쏘아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