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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30공구 구미시 해평면과 도개면 일원에 건설중인 구미보는 LG, 삼성 등 기업 공장들이 즐비한 구미시를 관통하는 낙동강에 있다. 상주보, 낙단보에 이어 세번째로 상류부에 위치한다. 장마 때를 제외하곤 거의 강바닥이 드러나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매체에서 균열이 생겼다고 우겨대서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탄 곳. 방문한 날은 마침 전날 50여명의 반대단체가 와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직후라 외부인 방문에 다소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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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보 권양대 옥상에서 권일상 구미보 감리단장과 공사 관계자가 반대매체에서 슬라브 규열을 주장하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 ⓒ 뉴데일리
포스코건설이 맡고 있는 구미보는 현장사무소 바로 지척에 있다. 구미보는 길이 45m, 높이 11m의 강철 수문을 아래서 위로 완전히 들어 올리는 가동보가 두 곳이 있다.
사무소에서 보 건설 현장까지는 가는 동안 강변은 말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크고작은 풀숲이 군데군데 검버섯처럼 강물을 얼룩지게 솟아올라 있었다. 포크레인 몇대가 비닐과 쓰레기가 간간이 섞인 채 제멋대로 쌓인 흙무더기를 걷어내고 있었다. 강변에선 움푹 꺼진 논에 준설토를 쏟아내는 트럭들이 땀흘려 일하는 농부처럼 부지런해보였다.
현재 보는 가동보 구간만 공사 중이다. 보 기둥 3개가 솟아오른 곳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다리를 지나야한다. 공도교를 만들기 위해 미리 강재로 만든 바닥판만 설치했고, 보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를 기초로 하여 도로 상판을 얹힌다 이 철다리를 2,3분 걸어가자 보 기둥 세개가 나왔다. 권양대(捲揚臺)다.
권양이란 감아서 들어올린다는 뜻이다. 건물 엘리베이터의 쇠줄이 감기며 들려 올라가고, 쇠줄이 풀리면서 내려가는 원리이다. 이 권양기가 옥상에 설치된 구조물이 권양대이다. -
- ▲ 구미보. 올려진 수문 옆에 받침대가 설치돼 있다. ⓒ 뉴데일리
권양대는 세 곳이다. 수문 두개를 들어올리기 위해 기둥 세 개가 필요하다. 한 개의 수문은 양쪽 끝에 쇠줄을 두개씩 걸고 모두 네 줄로 들어올린다. 가운데 기둥은 양 옆의 수문에 연결할 2개씩 4개의 권양기가 설치돼 있다. 철제 수문 맨 위 1.5m는 물이 가득 찼을 때 필요에 따라 하류방향으로 젖혀 물을 내보내는 ‘부분 전도식’ 구조이다. 이 부분을 젖혔다 세우는 작동을 하는 권양기도 옥상에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권양대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관광객의 전망대로 활용된다. 현재 권양대로 오르려면 임시 공사용 철 구조물을 난간 삼아 좁은 작업용 계단을 몇차례 오르내려야 한다. 작업모를 쓰고, 특수 작업화에 장갑을 끼지 않으면 오르기 어려운 구조였다.이 권양대의 옥상에 금이 갔다는 주장이 7월초 반대 매체에 집중적으로 오르내린 것이다. 한 민주당의원은 이곳에 와서 확인까지 했다며 한 토론회에서 권양대 슬라브 바닥이 균열이 생겼다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는 “이 의원은 공도교를 걸어 권양대 앞까지 가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옥상까지는 가지도 않았다”고 했다.직접 올라가서 보니 슬라브 바닥을 말끔했다. 최근 쏟아진 빗물도 아래로 스며들지 않고 슬라브 바닥에 고여 있으니 균열이 아닌 것만은 육안으로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시설안전공단 검사에서도 균열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런데도 일부 매체는 그 검사결과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럼 왜 ‘균열설’이 나왔을까.
한국종합기술 권일상 구미보 감리단장은 “원래 수문은 며칠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입니다. 그렇지만 공사기간에는 강물 흐름을 막지 않게 매달아 두게 됩니다. 혹시라도 구조물이나, 쇠줄에 긴장을 주지 않도록 보조적으로 받침대를 설치했어요.”라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시공사로서는 안 해도 상관없는 추가 조치를 했으니 어찌보면 칭찬을 받을 일을 한 것을 반대자들이 공격을 한 것이다.반대자들에게 아무리 상황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곳은 첫 보도가 나간 뒤, 공중파 방송, 반대매체, 지역 신문 등이 몰려왔다. 눈으로 확인을 하고 나서도 균열을 감추기 위해 모르타르를 발라놨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모르타르는 시멘트 슬라브 표면에 철제 권양기를 올려둔 사이에 생기는 틈을 균일하게 메워주기 위해 바르는 것이다. 감리단장은 “욕실이나 발코니 등에 재질이 다른 물건을 올려두고 실리콘을 바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반대자들은 이 모르타르 자국을 가리키며 균열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우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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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보 권양대 설계도상의 철근 배근도. 감리단 관계자는 "주먹도 안들어갈 정도로 빽빽하다"고 표현했다. ⓒ 뉴데일리
권양기 설계도면을 보면 권양대 슬라브는 29mm, 25mm의 철근을 12.5cm간격으로 촘촘히 엮은 뒤 고강도 콘크리트를 채우도록 돼 있다. 균열이 생길 여지도 없을 것 같았다.
포스코건설 서상일 현장소장은 “이곳은 특히 수자원이 부족한 곳입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전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땀흘려 일합니다”라며 “안 해도 절차상 상관없는 안전조치를 위해 추가비용을 들이기까지 했는데 칭찬해주지 못할망정 엉뚱한 주장을 하며 공사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답해했다. 또 “권위있는 기관에서 조사한 내용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자기들은 투시능력이라도 가졌냐”고 반문했다.
권일상 감리단장도 “통상 일반 건설현장에서도 무해한 균열, 유해한 균열이라는 기준이 있다. 이곳엔 아예 미세 균열조차 생기지도 않았는데 통상 작업일지에 균열이 없나 조사했다는 기록을 보고, ‘균열이 생긴 증거’라고 우길 땐 할 말을 잊는다”고 토로했다.
구미보에는 가동보 구간 103m, 고정보 구간 270m로 건설되고 보 위로 관광객이 다닐 수 있는 관리용 다리가 설치된다. 보가 완성되면 상류쪽 11m 하류쪽 4m정도의 수심이 유지된다. 3000KW규모의 소수력발전시설이 오른쪽 강변(상류로부터 볼 때 우측)에 설치되고 228m길이의 어도도 만들어진다.
서상일 포스코건설 현장소장 인터뷰
“구미보 완공되면, 공업도시 이미지 확 바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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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일 포스코건설 구미보현장소장. ⓒ 뉴데일리
구미 지역을 지나는 낙동강은 LG등 대기업 공장이 있는 활기찬 도시의 젖줄같다. 구미보도 인구밀집지역을 가까이 두고 있다.
서상일(48) 포스코건설 현장 소장은 “다른 지역엔 수자원, 홍수예방효과, 환경살리기기가 사업의 큰 목표지만, 이곳엔 도시의 관광자원으로도 소중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가적인 사업이면서, 구미시와 시민들도 공업도시 이미지를 바꿀 기회라고 큰 기대를 거는 공사를 책임지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서 소장은 또 “구미는 공업단지와 농촌이 혼합된 도시이다. 농업용수 부족이 특히 심각하지만 구미보가 속한 30공구를 준설하면 40만면이 1년동안 쓸 수 있는 5400만㎥ 수량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이곳은 한 여성 ‘불교 환경운동가’를 위시해 ‘환경단체’회원들이 지나다닌다. 그만큼 공사현장에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서 소장은 “환경을 걱정하는 취지는 잘 이해하고, 고맙다. 그러나 도시의 공사현장보다도 더 환경보호를 위해 이중삼중으로 안전조치를 취하는 노력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 소장은 또 “일부 단체가 현장에 와서 공사용 목재를 쌓아둔 곳을 아래서 위로 강조해 찍고, 준설 작업을 부각시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희가 마치 환경을 마구 파괴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서 소장은 구미보의 의미를 水,治,然,樂,綠, 5가지 용어로 정리했다. “수(水)는 하천정미, 보설치로 수량을 확보하는 겁니다. 치(治)는 하도정비로 치수안정성을 확보해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는 개념입니다. 연(然)은 자연습지보전, 생태서식지 조성으로 하천생태복원입니다. 락(樂)은 녹색공간에서 산책할 수 있는 가고싶은 하천을, 녹(綠)은 소수력발전, 태양열 시스템을 활용한 녹색성장을 의미합니다.”
서 소장은 이를 위해 4대강 공사에서 중요한 것은 정해진 공기 안에 공사를 끝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공사 중 환경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권일상 한국종합기술 구미지구 감리단장
시공사 견제-감시하는 게 감리단의 임무
“균열 조사 기록한 게 ‘균열 증거’라니...” -
- ▲ 권일상 구미보 감리단장 ⓒ 뉴데일리
감리란 건축에서 설계대로 제대로 시공됐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다. 4대강 사업에서도 설계가 있고 시공이 있으니 당연히 감리과정이 필수다.
구미보 균열설 해프닝은 처음 수문 받침대를 받쳐놓은 것에서 시작됐지만 이후엔 반대단체와 정치인까지 몰려들면서 감리일지가 공개돼 ‘소동’으로 비화됐다.
“감리는 시공사와 어느면에서 대립 관계입니다. 공사가 시방서대로 이뤄지는지, 안전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매일같이 감시하는 것이죠. 감리일지에 ‘...균열 조사’라고 쓴것은 감리회사로서 당일 수행한 일을 기록한 것인데 이를 균열 증거라고 우겨대니 답답한 일이죠”
권일상(62) 감리단장의 설명대로 실제 이날 ‘업무일지’엔 ‘권양기 상부 슬래브 구조검토, 시공사에 제출요구...’ ‘권양대 구조검토 의뢰’‘환경영향평가 이행 사항 검토’ 등이 일상적 점검항목들이 적혀있었다.“마치 휴전선 경계부대 일일 근무 일지에서 ‘철조망 이상 조사’라고 써 있다고 가정할때 철조망에 이상이 생겼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감리단장의 말을 종합하면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각 분야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책임감리원, 상주 자문감리원, 보조감리원 등 6명이 당일 맡은 내용을 기록하고 사인한 것을 가지고야당의원과, 반대 매체는 ‘균열 증거’라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보통 일반인은 감리라면 집 등 건축물을 짓고 준공검사가 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 정도로 여깁니다. 그러나 4대강공사는 공사 외에 환경 감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환경을 복원한다는 것이 목표인데 환경영향평가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오염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세밀하게 점검해야지요”
권 단장은 시공사에 못지않게 감리도 4대강 사업이 한치의 오차없이 수행되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권단장은 “사업의 역사적 의미도 깊고 공사 규모도 크니 감리도 시공만큼 힘들지만 그 어떤 공사보다 보람이 있습니다”라며 “국내 최고 기관에서 균열이 아니라고 판정한 뒤에도 발목잡기식 의심이 사람들이 더 지치게 합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