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백의 작곡가가 무대에 선다. 코앞에 관중들이 있다. 두어 걸음이면 닿을 거리다.
    작곡가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 동생이며 조카들에게 대하듯 편안하게 얘기를 한다.
    국민가곡이 된 ‘얼굴’이며 ‘그리운 금강산’ ‘강이 풀리면’ 등의 노래들이 화제가 된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은 어떤 심정으로 노래가 만들어졌는지,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나 떠나온 지 몇 해’라는 ‘그리운 금강산’의 피 토하는 듯한 절규는 어떻게 곡이 붙여졌는지 숨어두었던 사연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이야기만이 아니다.
    작곡가는 자신이 쓴 곡을 관객들과 함께 부른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은 직접 고쳐주며 노래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가곡 싱얼롱’ 이다.

  • ▲ ‘우리의 낙원 정다운 가곡’ 대표 김종환씨 ⓒ 김상엽 기자
    ▲ ‘우리의 낙원 정다운 가곡’ 대표 김종환씨 ⓒ 김상엽 기자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이 모임 이름은 ‘작곡가와 함께 가곡 부르기’이다.
    이번 달로 4회째. 지난 4월 첫 모임을 가졌다. 첫 회에는 ‘얼굴’의 작곡가 신귀복 선생을 모셨다. 5월엔 ‘강이 풀리면’의 오동일 선생, 지난달엔 ‘그리운 금강산’의 최영섭 선생을 초대했다.
    아름아름 소개로 참석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름 높은 작곡가와 어깨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점도 그랬고, 함께 노래 부를 수 있어서 더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우리의 낙원 정다운 가곡’ 대표 김종환씨. 그는 “작곡가들이 우리의 정서를 이끌어준 분들인데 정작 만날 기회가 없다는 아쉬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함께 노랫말인 시(詩)를 살리고 음악도 살려 황폐해가는 우리 시대의 언어를 순화시키겠다는 뜻도 있었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통기타 출현 이후 가곡은 우리 일상과 멀어졌다. 요즘 중-고등학교에서도 가곡 부르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 더 고집스럽게 해나가겠다”는 것이 김종환 대표의 말이다.
    이달에는 19일 오후 7시30분에 둘로스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임이 오시는지’를 작곡한 김규환 선생이 ‘7월의 주인공’이다.  ‘남촌’이며 ‘기다림’을 같이 부르고 배우게 된다.
    회비 1만원이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다. 문의는 (02)737-9669나 010-2251-231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