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2030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에서 설명한 것처럼 2030세대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란 세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힘 있는 자, 즉 기성세대의 잣대를 들이댄다. 때문에 기성세대의 정치적 성향과 그 지식 범위에 따라 2030세대는 때로는 아무 생각도 없는 세대로, 때로는 애국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대로 묘사되기도 한다.

    다음은 현재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개념들이다.

    88만 원 세대

    우석훈 교수의 주장으로 시작된 ‘88만 원 세대론’은 기성세대들은 물론 주요 언론에서도 인용할 정도로 2030세대를 대변하는 듯 알려진 개념이다.

    이 개념의 시작은 ‘비정규직 최저 급여’와 ‘20대 평균 급여 수준’에서 나온 것이다. 즉 현재 2030세대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 비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의 20대들은 비정규직 최저 급여 119만 원의 74% 내외를 받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나온 급여 수준이 88만 원이다. 이것이 ‘88만 원 세대’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캥거루族과 니트族

    캥거루족이란 미국에서 나온 개념으로, 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할 때가 된 젊은이들이 계속 부모와 함께 살면서 용돈을 받는 등 부모에게 경제적-물질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 주변에서 맴도는 ‘헬리콥터 맘’과 함께 2030세대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유행하고 있다.

    니트족이란 일본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정규직 취업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프리터족’과는 조금 다르다. Not in Education,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릿글자를 딴 말로 직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도, 직업교육을 받지도 않으려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일부 정치인들이 2030세대의 나약함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인용하는 말이다.      

    속물근성 팽배하고 꿈이 없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지금의 2030세대들이 못마땅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고르는데 그 사람이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집이 어디이고 몇 평인지 등을 따지는 것, 젊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하고 몸매 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 ‘젊은이들이 너무 외형적인 것에 집착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지나치게 속물적’이라며 비난한다.

    취업 준비나 공부에 있어서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인 자리에만 연안하고, 창업에 도전하거나 학문적, 사회적 성과를 성취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점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2030세대가 ‘생각이 짧고 야망도 없다’며 비판한다.

    기성세대의 기준, 정치적 또는 관념적

    이 같은 개념들은 우리나라 언론이나 지식인 등 사회적 힘을 가진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더 파들어 가면 이 개념들이 실은 젊은 세대들의 입장은 없이, 기성세대들의 필요에 따라 규정되고 다듬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88만 원 세대의 경우 우석훈 교수 등 개념을 정립한 이들은 일명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이들은 88만 원 세대를 규정하면서 기성세대와 ‘88만 원 세대’ 간의 문제를 사회구조 발전과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취업 기회의 세대 간 차이 등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계급 간 갈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 등은 88만 원 세대의 정치참여와 기득권층에 대한 ‘계급투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 개념을 줄기차게 전파한 건 좌파 정당과 단체들, 이들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들이었다. 

    캥거루 족과 니트 족이라는 표현도 아직도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대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기성세대들의 시각이 배여 있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고, 몇 년 동안 돈을 모아 전셋집을 마련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여자는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거나 집에서 신부수업을 받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98년 이후 외환위기, 카드대란, 부동산 열풍 등 수 차례의 경제적 급변상황으로 인해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과거처럼 집을 쉽게 마련할 수도,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다 90년대 중반 대학 정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과거와는 달리 대학 졸업이 더 이상 사회생활에서 이점이 되질 못한다.

    출신 대학이 지금도 취업에서 이점이 되는 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스텍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학교에 일반 고교 출신이 사교육 없이 입학하는 건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이런 현실이니 그나마 출신학교나 학력을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공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부모님이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독립하기 보다는 그대로 ‘얹혀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재 2030세대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캥거루 족’은 가정 형편이 그나마 나은 친구들, ‘니트 족’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 정도로 보이는 것이다.

    ‘2030세대의 속물근성’이라는 묘사 또한 기성세대와 지식인들의 고정관념이 숨어 있다. 기성세대가 성장기를 보낸 시기, 우리 사회에는 극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다 같이 못 살았으면서 동시에 사회구조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다. 때문에 누구든지 노력만 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때 이들에게 강조되던 덕목은 도덕과 신념, 정의, 야망 등이었다.

    하지만 2030세대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 시작할 때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시장경제질서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혔고, 외환위기로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한 사다리를 만드는 게 점차 어려워지는 걸 부모들의 고통에서 직접 목격했다.

    때문에 2030세대는 큰 야망은 없는 대신 모험을 감수하지도 않으려 한다. 이성을 고를 때도 상대방의 재력이나 직업, 학력 등을 보는 건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현실 속에서 심각한 수준의 모험을 피하려는 발버둥에 가깝다. 이런 부분을 놓치면서 2030세대의 ‘가벼움’을 비난하는 건 기성세대들이 배운 가치와 덕목을 그들에게 단순 대입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간과한 2030세대의 모습

    앞서 설명한, 2030세대를 설명하는 기성세대들의 개념에는 이들의 장점은 거의 없다. 하지만 2030세대에는 기성세대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들도 있다.

    우선 이들은 외국인에 대한 선망도 두려움도 경멸도 없다. 외국인도 그저 ‘친구’일 뿐이다. 일본이나 미국에 대한 감정 또한 언론에 알려지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일부 언론이 ‘도배’를 시작하면, 여론에 따라 잠깐 달라질 뿐이다.

    이성이나 동성 친구를 만날 때 외모만을 중시한다는 생각도 사실 착각이다. 최근 2030세대들은 잘 생긴 외모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후천적 비만이거나 외모가 깔끔하지 못한 이들을 ‘자기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본다. 때문에 대부분의 2030세대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술이나 마시기보다는 수영, 헬스, 등산 등 각종 운동으로 건강관리에 힘쓴다.

    일부 케이블 방송들의 주장처럼 2030세대들이 사치품이나 외제차에 집착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매시장의 무명 디자이너 옷이나 맞춤옷을 선호한다. 패션에 대한 개념도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남녀 모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표현 방식’으로 이해한다. 사치품에 집착하는 이들은 2030세대 사이에서는 오히려 무시당하기 십상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외제차, 비싼 집 등에 대한 선입견도 마찬가지다. ‘현대 생활에서 차는 집보다 필수’라는 생각은 있지만, 비싼 차, 외제차, 큰 차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디자인과 실용성, 성능을 더 따진다. 만약 학생이 대형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 ‘아빠 차 왜 몰고 다니면 아빠는 출퇴근 어떻게 하시냐? 주차비는 있냐?’는 식으로 경멸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한다. 집 또한 ‘전세면 어때? 비용만 줄일 수 있으면 돼’라는 개념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2030세대는 기성세대들보다 더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실용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일부 지식인이나 언론이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선진국’ 운운하며 다른 나라의 사례와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실수를 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2030세대들로부터 ‘꿈’과 ‘야망’을 빼앗은 기성세대야말로 비판의 대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③‘2030에 대한 사회의 무지, 무관심-달라진 대학생활’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