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그 놈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을거다.」
    어깨를 편 김민성이 차의 운전석 문을 열면서 말했다.
    「우리가 떠날 때까지 꼼짝 못하고 방구석에 숨어 있어야 할테니까 한숨이 절로 나올 거야.」

    하주연은 잠자코 옆좌석에 오른다. 차를 발진시키면서 김민성이 다시 한마디 했다.
    「검진 열심히 하거라. 시발놈아.」

    「형, 어디서 좀 쉬었다 가자.」
    불쑥 하주연이 말했으므로 김민성이 차의 속력을 늦췄다. 차는 마악 호텔 정문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어디?」
    김민성이 묻자 하주연이 앞쪽에 시선을 준 채로 대답한다.
    「가다가 조용한 호텔 있으면 세워.」
    「야, 방에 들어가자는겨?」
    「왜? 싫어?」
    「스트레스를 꼭 풀어야겠냐?」
    「그래주면 안돼?」
    「이건 부탁하는 놈이 큰소릴 쳐.」
    「짜증나.」

    그리고는 하주연이 의자에 머리를 기대더니 눈을 감았으므로 김민성도 입을 다물었다.
    차는 곧 해안도로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청명한 날씨에다 도로는 뻥 뚫려있었지만 김민성의 가슴도 먹먹했다.
    그래서 마침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내가 여러번 채여봐서 아는데 한달만 지나면 뱀 허물 벗겨지듯이 깨끗해진다.」

    하주연은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고 김민성의 말이 이어졌다.
    「약오르고 짜증나고 지치고 애타는건 긴 것 같지만 잠깐이야. 그러니까 그걸 즐겨봐. 다른 걸로 풀려고 하면 도움이 안돼. 더 길어져. 그러니까 그냥 냅둬.」
    「......」
    「그럼 딱 정신이 돌아와. 아, 내가 그 개새끼한테 잠깐 맛이 갔었구나. 하마터면 그 개새끼 잊겠다고 왠 똥개하고 그걸 할뻔 했네. 이구, 쪽팔려.」
    「......」
    「맞불 놓으려다가 얼굴 델뻔 했잖아?」
    「......」
    「그 똥개가 며칠 윤지선한테 정력을 빨려서 다행이지 내 말대로 호텔 데꼬가면 어쩔 뻔했어?」
    「......」
    「호텔에서 핸폰으로 그 장면을 찍어갖고 나한테 돈 내라고 할지도 모르잖아? 애가 궁끼가 흐르던데.」

    「저기 있다.」

    하주연이 덜컥 말하는 바람에 놀란 김민성이 숨을 죽였다. 어느새 눈을 뜬 하주연이 손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길가에 커다랗게 모텔 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주위는 숲이 울창했다.

    「저리루 가.」
    하주연이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가리키면서 말했다.

    「차 안오니까 좌회전 해. 깜박이 켜고.」
    「야, 참아.」
    「잔소리 마.」
    하면서 하주연이 손으로 핸들을 쥐었으므로 김민성은 좌회전 깜박이를 켰다.

    김민성이 차 속도를 늦췄을 때 하주연이 말했다.
    「멍청아, 튀려고 하지마. 지금 형도 오바하는 거라구.」

    김민성이 모텔을 향해 핸들을 꺾었을 때 하주연이 말을 잇는다.
    「보통 사람들처럼 놀아. 준다면 걍 먹으란 말야.」
    「옳지.」

    마침내 김민성도 잇사이로 말했다.
    「역시 나는 프로야. 이렇게 준다고 사정하는 것 좀 봐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