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천안함' 논의가 정중동(靜中動) 모드에 접어들고 있다.
    안보리 논의를 이끄는 이사국 대사들이 19일부터 무려 열흘간 해외시찰에 나서면서 공식 논의일정이 사실상 '일시 정지'되는 탓이다.

    대사들은 19일부터 5일간 아프가니스탄을 현지 시찰하고 24∼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리트리트'(Retreat.편하게 토론하는 회의) 형식의 방문일정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가 아직껏 이렇다할 협의일정 조차 잡지 못한 상태에서 대사들이 대거 '장기 출타'에 나섬에 따라 안보리 논의는 외견상 '휴지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안보리는 지난 14일 남.북의 '천안함 브리핑' 공방 이후 한차례 비공식 협의를 가졌으나 이후 추가 협의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외견상의 흐름 만으로 안보리 논의가 아예 중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정부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각 이사국을 공식 대표하는 대사들이 유엔 본부에 없어도 차석대사를 비롯한 실무선에서는 얼마든지 물밑 교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19일 "안보리 대응문안의 핵심내용을 놓고 실무급들과 계속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식 협의일정이 없다고 논의가 중단된 것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주요 이사국의 실무급을 중심으로 문안조율 작업을 거친 뒤 이달말 비공식 또는 공식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협의를 벌이는 수순을 밟겠다는게 정부의 구상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북한과 비교적 가까운 나이지리아가 7월 의장국을 맡기 전에 안보리 논의가 매듭지어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논의 스케줄상 여의치 않아 보인다. 안보리 논의 속도에 영향을 줄 결정적 변수는 문안조율의 진척도다. 특히 정부가 한.미.일 3각공조를 토대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어느정도 '진전된 입장'을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26∼2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제4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공조전선을 통해 양자 또는 다자무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내는데 총력전을 편다는 입장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안보리 논의의 향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가 앞으로 2∼3주 안에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한 것도 변수다. 결국 러시아로서는 자체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가지 견해만 폭넓게 알려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곧바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이 이와 맞물려 주목된다. 이는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를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안보리 논의가 가일층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