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노인들은 7명 중 한 명꼴로 정서적, 신체적 학대나 방임 등을 경험한 적 있으며 이들 학대의 대부분이 자녀나 며느리.사위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 대한 처벌수준을 10년 이하 징역으로 높이고 존속 폭행 시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학대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앞두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전국 노인학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노인학대 예방 및 대응강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전국 노인 6천745명과 일반인 2천명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전체 노인의 13.8%가 학대받은 적 있으며 5.1%는 노인복지법상 금지된 신체적ㆍ경제적ㆍ성적 학대, 유기, 방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이 53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73만8천명이 학대를 경험한 셈이다.
    이들 노인이 경험한 학대는 정서적 학대가 67%로 가장 많았고 방임 22%, 경제적 학대 4.3%, 신체적 학대 3.6% 순이었다.
    특히 이 같은 학대 가해자는 자녀가 50.6%, 배우자가 23.4%, 자녀의 배우자가 21.3%로 자녀 세대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71.9%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녀세대가 자신의 노부모에게 저지르는 학대는 정서적ㆍ경제적 학대나 방임, 유기 위주였고 신체적 학대의 54.1%는 배우자, 즉 남편이나 부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가해자의 54.9%는 40∼59세 연령대였으며, 학력별로는 초등학교 졸업자가 40%로 가장 많았으나 대학 및 대학원 졸업인 고학력 학대행위자도 14.8%로 나타났다.
    이는 학대가 주부양자의 부양 부담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학대를 경험한 노인의 2.5%만이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했을 뿐 65.7%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사유로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42.5%), `부끄러워서'(21.7%) 등의 답변이 나왔다.
    학대경험 노인의 가족관계에 대한 만족도(50점 만점)가 28.8점, 자존감 점수(40점 만점)가 24.5점으로 학대를 경험치 않은 노인의 35.1점, 27.1점인 것과 비교된다.
    김원종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노인학대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학대를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나 가족 문제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어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노인복지법상 노인에게 폭력을 휘둘러 다치게 한 사람에 대한 처벌수준을 현행 7년 이하 징역에서 형법상 존속상해 처벌수준과 같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 그간 부모나 조부모 등 존속 폭행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를 적용하던 것을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적용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 각 시·도 노인보호기관에 접수된 2천674건의 노인학대 신고 가운데 11건만이 기소됐을 뿐이고 이중 실제처벌로 이어진 것도 2건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의료인,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등으로 한정됐던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범위를 119소방대원, 전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으로 확대하고 이들이 신고를 등한시할 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학대현장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벌칙이 부과된다.
    복지부는 또 내년 중 학대피해노인을 위한 전용 쉼터를 각 시ㆍ도별로 1개소씩 16개소를 설치하고 일시보호, 치유프로그램 및 가족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노인학대 신고번호(☎1577-1389)를 적극 알리고 전국 노인복지관 237개소를 노인학대 신고기관으로 활용해나가기로 했다.
    조사를 맡았던 정경희 보사연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노인을 존중하는지에 대해 일반인의 21%만이 긍정적으로 답했고 55%가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인정했다"며 "매년 조사를 통해 노인학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