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일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진행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의 공식 스크리닝 레드카펫 현장 ⓒ 뉴데일리
    ▲ 19일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진행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의 공식 스크리닝 레드카펫 현장 ⓒ 뉴데일리

    제63회 칸 국제영화제가 중반부를 넘어서며 그 열기가 고조된 가운데, 영화 <시>의 공식 스크리닝이 현지시각으로 19일 오후 7시 칸 뤼미에르극장에서 그 막을 올렸다.

    이날 오전 비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2,300석의 뤼미에르 극장을 가득 매운 프레스 시사로 외신들을 놀라게 한 '시'의 주역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 이다윗, 파인하우스 필름 이준동 대표는 뤼미에르 극장 입구까지 길게 펼쳐진 레드카펫을 당당히 걸었다.

  • ▲ 19일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진행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의 공식 스크리닝 레드카펫 현장 ⓒ 뉴데일리
    ▲ 19일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진행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의 공식 스크리닝 레드카펫 현장 ⓒ 뉴데일리

    하늘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윤정희는 "칸 영화제와 같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선을 보이는 자리에서 한국의 미를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단아하고도 고전적인 분위기로 멋을 낸 윤정희를 향해 외신들의 플래쉬 세례가 뜨거웠고, 이에 윤정희는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로 답했다.

    레드카펫을 지난 '시'의 주역들은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의 마중을 받으며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늘상 공식 상영장 앞에서 배우와 감독을 마중하는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함께 예외적으로 질 쟈곱 칸 위원장이 직접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을 맞이해 외신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날 공식 스크리닝에는 이번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인 팀 버튼 감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경쟁부문 작품을 시사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알려져, 팀 버튼의 등장을 예사롭게 여기지 않은 많은 외신들은 그의 참석으로 <시>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점치기도 했다. 칸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경쟁부문 작품 중에서 2004년 <올드보이>에 쿠엔틴 타란티노가 공식 스크리닝에 참석한바 있다.

    영화 <시>의 공식 스크리닝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 마치 영화의 감독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관객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또한, 크레딧이 끝나자 단 한 명도 밖으로 나가는 이 없이 뤼미에르 극장 1, 2층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10여분 간 박수갈채를 보냈고, 이에 배우 윤정희는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는 함께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했고, 관객들은 연신 “beautiful”을 외쳤다.

    영화 <시>의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 스크리닝 직후 주요 외신기자와 여러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시>의 프랑스 배급사인 ‘디아파나’의 카린 데인즈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을 축하한다"는 이른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고, 이에 카린 데인즈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 19일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진행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의 공식 스크리닝 레드카펫 현장 ⓒ 뉴데일리
    ▲ 19일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진행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시>의 공식 스크리닝 레드카펫 현장 ⓒ 뉴데일리

    이어 외신 기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스크린 데일리의 리 마쉘은 리뷰를 통해 "한국의 명감독 이창동의 영화적으로 가장 완성된 영화다."라며 "이 감독은 한국의 더글라스 서크가 되어가고 있다. 관객이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 받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관객들은 곧 영화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각 이미지에서 힌트를 얻고, 드라마 겉에 드러나는 잔물결이 아닌 숨겨진 깊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코리아 필름 페스티벌의 디렉터인 리카르도 길리는 "미자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여자다. 그의 인생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고통스럽다. 하지만 미자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중 등장한 소녀의 세례명 ‘아네스’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한 프랑스 관객은 "미자가 느끼는 삶의 고통과 환희가 가슴 절절히 느껴졌다"며 "죽었던 감성을 깨어나게 만드는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을 전했다.

    윤정희의 연기에 대한 극찬 또한 이어졌다. 프랑스의 영화기자 베르테르는 "잔잔한, 그러나 격정적인 그녀의 연기가 좋았다"면서 "사물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눈빛이 연기가 아닌 진짜처럼 느껴졌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를 본 기자들 가운데에는 <시>가 황금종려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패트리스 브룰린 기자는 "2010년 본 영화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고통과 아름다움의 공존을 한 노인의 삶을 통해 시처럼 풀어냈다.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편, 경쟁부문 수상 결과는 폐막일인 오는 23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