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살리기 공사가 진행 중인 강원도 원주시 섬강 일대에서 청동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에 이르는 주거지와 유물이 대거 발견됐다. 4대강 살리기 공사에서 조선시대의 제방, 경작 유적 등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청동기~원삼국시대에 이르는 유적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18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문막리 섬강 13공구 둔치 정리 및 산책로 조성 구간의 유적 발굴 현장과 출토 유물을 공개하며 언론설명회를 가졌다.

    이 유적지는 지난해 4월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 섬강으로 흘러드는 건등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인공제방이 자연제방 안쪽으로 치우쳐 축조되면서 인공제방 밖으로 원지형이 살아있어 선사‧역사시대 유적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 ▲ 4대강 살리기 공사가 한창인 강원도 원주시 섬강 일대에서 청동기시대~원삼국시대에 이르는 유물이 발견됐다. ⓒ 김상엽 기자
    ▲ 4대강 살리기 공사가 한창인 강원도 원주시 섬강 일대에서 청동기시대~원삼국시대에 이르는 유물이 발견됐다. ⓒ 김상엽 기자

    이 지역에서는 청동기시대와 원삼국시대로 추정되는 유구 7기와 물길흔적 3기, 경작 유구를 비롯한 토기, 석기편, 방추차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

    유적발굴조사를 맡은 한강문화재연구원은 “경작과 주거가 함께 공존하는 유적지가 발견된 것은 드문 경우로 강원도 원주 일대의 청동기 시대 이후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이 지역은 꽃밭과 산책로, 자전거 도로 등이 들어설 구간으로 흙을 깎아낼 필요가 없어 지하 매장문화재에 영향을 적게 미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유적이 얕은 층에서 발견돼 흙을 쌓는 것만으로도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돼 올 8월까지 정밀발굴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 ▲ 불을 피우는 흔적(붉은색 선)과 유구(파란색 선) 등이 발견된 유적 발굴 현장 ⓒ 김상엽 기자
    ▲ 불을 피우는 흔적(붉은색 선)과 유구(파란색 선) 등이 발견된 유적 발굴 현장 ⓒ 김상엽 기자

    이 일대에 유물이 잇따라 출토되자 문화재청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 엄승용 정책국장은 “4대강 살리기 추진지역에서 문화재가 발견된 지역은 철저히 조사해 보존‧관리가 가능한 유적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재청은 세종대왕과 효종의 왕릉이 위치한 경기도 여주군 영릉 주변의 여주보 공사현장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여주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오른 영릉과 직선거리로 1.5∼2㎞ 거리에 위치하는데 공사 후 여주보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왕릉 수맥을 해칠 우려가 제기됐다.

  • ▲ ICOMOS 한국위원회 이상해 위원장이 영릉지역이 여주보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 ICOMOS 한국위원회 이상해 위원장이 영릉지역이 여주보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김상엽 기자

    이와 관련해 한강 4공구 안영옥 감리단장은 “보 완공시 0.5~1m 가량 수위가 올라가는데 홍수 때 8m 수위가 상승해도 문화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영릉은 보에서 2km나 떨어진데다 배산임수(背山臨水) 형태로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도 “영릉의 핵심지역과 완충지역 모두 여주보 설치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