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친이계 주류가 제기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주장을 두고 11일 당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간 야당의 공수처 설치 요구에 반대해왔는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선 '민주당 등 야당이 요구해온 공수처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입장과 '야당 요구를 설거지하는 식은 안된다'는 입장이 대립했다. 이른바 '스폰서 검찰'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이 문제가 연일 거론되고 있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설치 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라 공수처 설치에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 ▲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한 장면 ⓒ연합뉴스
    ▲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한 장면 ⓒ연합뉴스

    김무성 원내대표는 "공수처 문제는 그동안 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주장했고, 지난 10년간 집권하는 사이에 그렇게 필요하다면 왜 안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국회에서 가동 중인 사법개혁특위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정몽준 대표가 '공수처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선 "확인한 결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검찰 분야 소위 위원장은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맡고 있다"면서 "법을 만드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하며 직위있는 기구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태 의원은 "공수처 설치는 민주당의 오랜 당론이고 민주당의 핵심 제도"라며 김 원내대표 발언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현재 정두언 의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정 대표까지 (공수처 신설을) 얘기하면서 마치 우리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스폰서 검찰 문제가 터지니 한나라당이 민주당 설거지를 하는 식의 검찰 개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친이재오계 진수희 의원은 "경쟁당에서 논의해왔던 것이라고 해서 다른 당에서 하는 것을 설거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진 의원은 공수처 신설 토론회 개최와 관련 법안 제출 등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어느 당에서 제안을 했든 본질에 대한 논의를 하면 된다"면서 "최근에 나온 공수처 설치 논의도 공당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견해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맞섰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공수처 신설 논란에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수사권이 왜곡되고, 옥상옥의 기구가 될 수 있다"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기구가 될 우려가 있어 상설특검제를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공수처가 '옥상옥'에 불과한 기구라며 설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스폰서 검찰 등 초대형 악재가 터지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검찰개혁'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환으로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정부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별도의 사정기관이 필요하다"며 공수처 신설 필요성을 밝혔다.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진수희 의원 등은 이르면 다음주 공수처 신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