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해” 보다 더 두근거리는 말, “좋아해”.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인식하기 전, 견딜 수 없는 이끌림으로 그녀(혹은 그)의 앞에 선다. 엇갈리듯 마주치는 눈빛이 두려워 허공에 맴도는 눈동자. 의미 없는 말을 반복하며 벙끗거리는 서툴고 귀여운 입술. 참아낼 수 없어서, 참아지지 않아서. 그렇게 넘쳐 흐르는 말.

    손 끝만 닿아도 수줍음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지나갔을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그 감정.

  • 여기, 따스한 봄 햇살처럼 반짝이는 청춘 영화 한 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이 슌지 제작, 키타가와 에리코 감독.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주는 영화 ‘하프웨이’

    10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사랑과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시종일관 투명한 눈으로 관찰한다.

     

    ‖ SWITCH ON                         

    “떼 쓰고, 투정 부리는 게 아니야. 널 잃기 싫어서, 솔직한 것 뿐이야. 우리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큰 키에 잘생긴 얼굴. 운동도, 공부도 완벽한 학교의 인기인 ‘슈’
    튀지 않는, 그렇지만 통통 튀는. 솔직하고 귀여운 ‘히로’

    훗카이도에 살고 있는 고3 수험생인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슈의 친구로부터 그가 와세다 대학에 지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히로는 그를 용서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눈 앞에 보이는 이별 앞에, 자신에게 고백한 슈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히로는 헤어지자 했고, 슈는 그녀를 가만히 안았다. 이미 시작 된 사랑. 그녀를 가만 둘 수 없다.

  •    히로 “뭘 믿어야 돼는 거야?”
            “그러니까, 나를…”

       히로 “와세다 그만 둬”

    두 사람은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 ZOOM IN                              

    흔한 사랑이야기 일지언정, 흔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와 그녀의 만남이 있기 때문.

    :: 첫 번째 그와 그녀 - 이와이 슌지, 키타가와 에리코

    그가 제작했고, 그녀가 감독을 맡았다.

    설원(雪原)의 상징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는 몇 가지 이미지로 각인 돼 있다. 도서관,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무심한 듯 그녀를 바라보던 소년의 모습. 달리는 자전거, 얼굴 위로 덮쳐 온 봉투.

    특히, 영화의 흐름상 중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정지된 프레임 속 여유롭고 따뜻하게 느껴진 그녀의 발걸음이 좋았다.

    영화 ‘하프웨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숨결이 그대로 스며든 작품이다.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통해 그가 보여준 첫 사랑의 설레임과 10대들의 고민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또한, 이 영화는 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러브스토리로 사랑받는 극작가 키타가와 에리코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드라마 <오렌지 데이즈>를 비롯해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롱 베케이션>. <뷰티풀 라이프> 등을 통해 스타 작가로 굳건히 자리 매김한 그녀. 키타가와 에리코는 이번 영화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화면 구성으로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매력을 발산시킨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으로 일본 음악계의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바야시 다케시가 있다. 1990년대, 밴드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등의 음악 프로듀서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프로듀서인 그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감동을 더 한다. 

     

    'HALFWAY' Song by. Salyu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느 날 꿈꾸었던 계절과 겨울 빛 속에 헤엄치고 있었던 우리 두 사람
    그것은 영원의 시작이었지, 그리고 한순간처럼 사라져 가는 것을
    꿈을 찾는 척하면서 사랑에 좌절하고 있었어 외로웠으니까 심술궃은 말도 했어

    '안녕'하고 작별인사를 해도 금방 보고 싶어져서 너를 곤란하게 만들었어
    자줏빛 하늘 멀리 가까이, 높게 낮게 석양에 울리는 어둠을 뛰어넘어 가
    언젠가는 어른이 되어서 널 지킬 수 있을 거야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지금 너의 미래 자체를 내가 안을 수 있다면 그렇게 못 해 줘서 미안해
    조금씩 조금씩 흔들렸어 케이크 위에 있던 촛불처럼
    지금도 깜박이고 있네 너의 꿈도, 너의 목소리도, 너의 손짓 하나까지 기억나

     
    :: 두 번째 그와 그녀 - 오카다 마사키, 키타노 키이

  • ▲ 좌-키타노 키이, 우-오카다 마사키
    ▲ 좌-키타노 키이, 우-오카다 마사키

    1989년생. 181cm의 큰 키와 순수한 얼굴을 매력으로 일본을 사로잡은 청춘 스타 오카다 마사키. 오리콘에서 실시한 금년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1위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제 2의 기무라 타쿠야’라는 별칭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지난해 영화 <중력 피에로>와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드라마 <오토멘> 등을 거쳐 단숨에 주연으로 성장했다.

    이번 영화에게 그가 맡은 역할은 남자 주인공 슈 역으로 능력과 자상함을 동시에 갖춘 완벽한 모습으로 분해 여성이 꿈꾸는 완벽한 이상형을 보여준다.

    그의 최고의 대사 - “좀 전에 생각했는데, 나 역시 너 좋아하나 봐”

    1991년생. 드라마 <라이프>를 통해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키타노 키이는 영화 <러브파이트>, <밴디지> 등을 통해 그녀 특유의 건강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왈왈거리는 목소리. 그리고 성큼거리는 발걸음.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유독 빛났다. 강가 옆에 놓인 나무 울타리 위를 성큼성큼 뛰어가는 그녀의 발 아래로 하늘이 흐르고 있던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히로는 자신을 희생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심술만 부리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선생님 역할로 출연한 배우 나리미야 히로키와 오오사와 타카오를 비롯해 슈의 친구 역을 맡은 미조바타 준페이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녀의 최고의 장면 - 슈와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긴 ‘가지마’와 사랑하는 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는 ‘가버려’의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린 결론 ‘가버마’란 글자를 걸어 둔 채 선생님과 함께 바라보는 모습.

     

    ‖ FOCUS CHANGE                  

    ::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각

  • ▲ 좌-키타노 키이, 우-오카다 마사키

    키타가와 에리코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지극히 현실적인.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을 화면 곳곳에 심어 놓았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극의 카메라 워킹을 따르지 않는다. 화면은 불안하게 춤추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컷을 외친 후에야 눈 앞에 새로운 화면이 펼쳐진다.

    선명한 롱 테이크. 즉, 원신원컷(One scene one cut)으로 담아낸 영상은 잘 정돈 된 화면 안에서 생경하지만, 신선하고 풋풋한 느낌을 전하다. 실제, 키타가와 에리코 감독은 시종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헬드(handheld) 방식으로 영화 촬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로 여겨지는 이유는 배우들의 대사 80% 이상이 즉흥적인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 날 것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ZOOM OUT                           

       히로 “좋아하는 정도로 생각할 때 몇 대 몇이야?”
          “음, 1리터랑 5리터. 네가 1리터고, 내가 5리터”
       히로 “그럼 지금 그 4리터 줘. 나는 지금 외로워. 지금이 아니면 안된단 말야.
               그러니까, 지금 그 4리터 줘”
          (히로의 손 바닥에 튀김을 올려 놓는다)
       히로 “이거 말고, 정말~ 바보야!”

  • ▲ 좌-키타노 키이, 우-오카다 마사키

    이 영화는 내러티브보다 지금 현재, 그 ‘찰나’의 감정을 중요시 한다. 히로가 슈에게 당당히 대학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도, 슈가 선생님을 찾아가 여자 친구와 함께 있고 싶어 지망 대학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다. 낯선 풍경. 치기 어린 섣부른 판단과 무모함이 조금은 신선한 공기로 코 끝에 스며든다.

     

    ‖ SWUTCH OFF                       

  • ▲ 영화 '하프웨이' 포스터
    ▲ 영화 '하프웨이' 포스터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하프웨이(Halfway)는, ‘도중(途中)의’, ‘불충분한’, ‘불완전한’ 이라는 뜻을 지닌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 청춘의 갈림길. 긴 인생의 도중(途中)에 흔들리고 고민하는 모습을 간직한건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린 연인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 ‘하프웨이’는 오는 29일 국내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