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명우(29)씨는 휴대전화 고지서를 받아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본료 4만5000원짜리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이 씨의 휴대전화 요금은 총 7만8000원. 기본료 4만 5000원에는 무료통화 200분과 무료문자 300건, 500MB의 데이터용량이 제공된다. 하지만 이씨는 통화와 문자는 무료로 제공되는 양을 초과해 사용한 반면, 사용한 데이터의 양은 100MB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화량과 문자 사용량이 많은 이씨는 무료문자 500건의 부가서비스를 8000원을 주고 가입했다. 6만5000원 짜리 요금제로 바꿀 것을 고려해봤지만 추가로 현재 요금제와 비교해 200분의 무료통화가 더 주어지나 무료문자는 동일하고 오히려 데이터만 1GB로 증가해 차라리 지금 요금제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와 메일을 하루에 두세 차례 확인하지만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500GB를 다 사용하기 버겁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왜 꼭 스마트폰 요금제를 써야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한 달 데이터 사용량은 월정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데이터 용량이 기본요금에 포함된 만큼 이를 이월해주거나 음성통화로 전환하는 등 요금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선교 의원(한나라당, 경기 용인 수지)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정액요금제의 데이터 용량의 절반가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요금제가 비쌀수록 잔여 데이터 분량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SK텔레콤의 올인원95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는 제공된 데이터의 11%만 사용하고 있으며, KT의 'i-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는 13%의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그쳤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요금제인 SK텔레콤의 올인원45 요금제 사용자도 25%, KT 라이트 요금제 가입자의 사용량도 45%로 절반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1월 스마트폰 사용 현황ⓒ 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1월 스마트폰 사용 현황ⓒ 방송통신위원회

    한 의원은 “문제는 이런 미사용 데이터용량에 대해 이월이나 음성통화로의 전환조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라며 “이통 3사 모두 초과된 사용량에 대해서는 단위용량별로 요금을 부과하면서 미사용한 데이터용량에 대해서는 이월도 해주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의 경우에는 같은 정액요금제라도 사업자들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음성·데이터를 이원화해 가입할 수 있으며, 음성통화 분량을 이월 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최근 들어 이통사들이 무선인터넷을 활성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 인식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통사들은 사용자 기호에 맞게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분리하여 가입을 받거나, 잔여 데이터용량을 음성통화로 전환해 쓸 수 있게 해주거나, 혹은 이월요금제를 시행하는지 등의 다양한 요금제를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전체 이용자수는 2월 말 현재 120여만 명(SK텔레콤 64만 명, KT 51만7000명, LG텔레콤 9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