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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의 뿌리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충청권 표를 의식해 수도이전안을 들고 나온 것이 그 시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를 좀 봤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런 만큼 나중에 헌재에 의해 수도이전안이 결국 추진불가로 판결났을 때 더 이상은 ‘재미’를 볼 생각은 접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또다시 행정부처 일부 이전안을 들고 나왔다. 또 한 번 ‘재미’보기 위함이 아니고 무엇이라 할 것인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그에 당당히 맞서 싸웠어야 옳았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충청권 수도 이전 공약으로 혼이 났다고 생각한 한나라당은 그에 맞서지 못하고 결국 ‘야합’ 하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행정부처의 절반 이상을 뜯어 옮기는 세종시 원안이다.
그 기형적 야합의 산물이 순탄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 리 없다. 2005년 3월 2일 세종시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표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25명뿐이었고, 그나마 참여한 이들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2명이 반대했다. 당시 한나라당 120여명 소속 의원의 겨우 10%가 찬성했을 뿐이었고 일부 의원은 당직과 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원안고수를 주장하는 측은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운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라 국민을 빙자한 정치적 담합에 지나지 않는다. 세종시 원안은 정치적 ‘재미’를 보고자 시작하여 극심한 파행을 거쳐 탄생한 기형적 산물이다. 이를 두고 ‘국민’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표 만을 의식한 몇몇 정치인 그들끼리의 담합에 대다수 우리 국민은 결코 동의해준 적은 없다.
세종시 원안 고수론이 기대고 있는 존립근거는 내용 그 자체의 정당성이 아니다. 단지 극심한 파행적 담합이었으나 어떻든 국회를 통과해 성립된 법안일 뿐이라는 형식논리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정한 법이라 결코 수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국회의 입법 기능 자체가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되고 만다. 시대의 요청에 맞지 않다면 헌법도 고칠 수 있으며 다른 모든 법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법 원안이 유독 신성불가침이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백번 양보해도 적어도 이 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세종시 원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원안에 손도 대지 말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이전에 상식에 반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를 위시한 정치권은 그 기본 상식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개월째 정치권에선 지리한 공방한 거듭하고 있을 뿐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정안이 제시됐지만 아직 토론 한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야 간의 찬반토론은커녕 여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선 이 나라 국회, 정치권은 이미 건전한 정치적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이 문제를 이른바 ‘정치권’에 맡겨만 두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지금 모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세종시 문제를 여론조사나 국회논의가 아니라 국민투표로 해결하기를 원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투표가 “국론분열을 가져 온다”느니 “나라가 쪼개어 진다”느니 하며 반대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선동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것을 외면하고 또다시 정치인 그들끼리 자의적으로 처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거센 국민적 저항을 부를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그 어떤 논리롤 갖다 대도 근본적으로는 ‘수도분할’을 용인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다. 수도이전이든 수도분할이든 한 나라의 수도와 관련된 문제는 단순히 지역 공약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라의 안보 문제와 직결되는 국가의 근본 대사에 해당한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일은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가 바로 그러하다. 애초부터 수도와 관련된 문제는 지역 표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부 정치인, 정치권의 손에 맡길 사안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장난을 치면 안 되는 것이다.
국민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는 최종적이다. 만약 세종시 원안대로 수도분할을 용인하는 것으로 나온다 해도 할 수 없다.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 불행의 결과도 우리 국민 스스로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에 책임을 지려면 책임을 질 수 있는 합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세종시 문제에서 그 결과를 우리 국민이 기꺼이 책임지려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방식은 그것이 무엇이 되든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고 국민투표가 오히려 지금의 국론분열을 수습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