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섰던 홍준표 의원이 발언 도중 갑자기 “그럼 너희들끼리 해!”라며 고함을 쳐 주변을 놀라게 했다.

    10일 당내 친이.중도 모임인 ‘통합과 실용’이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홍 의원의 호통은 세종시 논란에 대한 당내 토론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와중에 나왔다.

  •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 연합뉴스

    홍 의원을 분개하게 만든 이유는 다름 아닌 한 장의 쪽지 때문이었다. “발언 시간을 줄여달라”는 내용이었다.

    홍 의원은 토론회를 마친 뒤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발제를 맡아달라고 해서 발언을 하는데 중간에 ‘발언 시간을 줄여 달라’는 쪽지를 건네 왔다”며 “이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내가 한 마디 했다”고 밝혔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후배 의원들의 거듭된 요청에 시간을 쪼개나온 것임에도 오히려 발언 시간을 줄려달라고 하니 황당했다는 기분도 나쁘고 황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임 관계자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발언이 길어지는 것 같아 무례인 줄 알면서도 시간을 조금 줄여 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이라며 “기분이 나빴다면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당내 세종시 수정안 찬반론자들이 모처럼 모인 첫 토론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수정안 지지 쪽에선 홍 의원이 발제자로, 반대 입장에선 친박계 홍사덕 의원이 발제를 했다.

    둘의 주제발표에서도 역시 입장차는 뚜렷했다. 홍준표 의원은 수정안을 밀어붙인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토론을 통한 사실상의 당론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홍사덕 의원은 정부 스스로 수정안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홍준표 의원은 “정부여당이 갈등 관리를 안 하고 밀실에서 작업하고 정운찬 총리에게 미션을 줘서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며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기 전에 박근혜 전 대표와 상의하고 조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도 “감정적인 토론이 아닌 이성적으로 토론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당내 전원위원회를 만들어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홍사덕 의원은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첫 번째 선택은 정부 입법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는 것”이라며 사실상 수정안의 폐기를 주장했다.

  • ▲ 홍사덕 의원 ⓒ 연합뉴스
    ▲ 홍사덕 의원 ⓒ 연합뉴스

    이어 그는 “둘째는 정부 입법안이 상임위 회부 후에 상정하지 않는 것, 셋째는 상정 후 한없이 토론하는 방안”이라며 “본회의에 올려 표결하는 넷째 선택도 있지만 현재 입법예고된 정부의 세종시 법안 표결의 국회 운명은 이미 결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 쇠고기 사태나 미디어법 사태 등 정치권이 스스로 장해물을 만들어 놓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묘기를 부렸는지 모르겠다”며 “세종시 문제도 근본 성격에 있어서는 스스로 장해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묘기를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