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호칭을 두고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의원은 최 위원장을 "방송장악위원장"으로 지칭해 도발했고, 최 위원장 역시 굳은 얼굴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양측 간 기싸움이 연출됐다.
이 의원이 "세간에서 최 위원장을 '방송장악위원장'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은 적 있느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어 MBC 엄기영 사장 사퇴 문제를 거론하며 또 다시 최 위원장을 향해 "방송장악위원장"이라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이 의원께서 (나를)방송 장악위원장이라고 한 것에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나는 (방송장악위원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만 말씀 드렸을 뿐 그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호칭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
- ▲ 민주당 이종걸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방송장악위원장"으로 지칭하며 아이폰 등 통신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계속해서 최 위원장을 "방송장악위원장"이라고 불렀고, 최 위원장은 이에 발끈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나는)방송장악위원장이 아니다"며 기싸움을 벌였다.
이 의원은 또 "최시중 '방송장악위원장'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고하고, 낙하산 선임을 반복해 배후를 조정했다고 하는 분명한 정보가 도는데 여기서 그냥 모른다고 하고 그냥 넘어 가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계속해서 호칭 정정을 요청하던 최 위원장은 정색한 표정으로 "나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방송장악)시나리오를 만든 적이 없고 만들 생각도 없다"고 맞섰다.
이어 이 의원은 "승리하셨다. 그런데 MB정권이 승리했다고 할지는 몰라도 그것은 승리가 아니다. 두고 봐라. 군사정권이 무참히 무너진 과거 정권을 봐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의원석에서는 "너무 한 것 아니냐. 말 조심하시라" 등 이 의원의 발언에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최 위원장은 "우리는 언론 방송장악 의도도 없고, 우리 정권이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 우리는 언론 자유를 진작 시키고 방송의 역할을 더욱 국민 속에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 의원은 또 "방송장악 위원장"이라고 쏘아 붙였고, 방청석 내에서는 또 한번 항의가 쏟아졌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이 의원을 향해 묘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보다 못한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한두 번 비유하는 것은 되지만, 엄연히 직책과 호칭이 있고 속기록에 기록 된다"며 "이 의원은 앞으로 최 위원장에 대해 '장악위원장'이라고 하는 호칭은 삼가 달라"고 주의조치 했다.
또 통신요금 문제와 관련해 이 의원이 "WiFi(근거리무선통신)를 들어보았느냐, 이게 무엇이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대정부질문 자리가 용어를 갖고 논의할 자리냐.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느냐"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어이없다는 듯 웃어 신경전을 벌였다. 이 의원이 "아이폰 열풍 속에 무선 인터넷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AP가 개방되지 않아 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 것을 고민해본 적이 있느냐"고 따지자, 최 위원장은 "내가 통신 문제에 대해 관심을 안 갖고 방송 문제에만 관심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모양인데 우리 위원회에 관계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 위원장이 "IP 개방 문제를…"이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IP가 아니라 AP다. 아이폰을 IP라 말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최 위원장은 "말꼬투리 잡지 말아라"고 발끈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 부의장은 질의 말미에 "국무위원들은 질문의 취지를 따지지 말고 제대로 답해달라"며 최 위원장에게도 주의를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