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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을 내놓기로 합의한 오너 일가의 '특단'에도 불구, 고(故) 박인천 창업주가 단돈 17만원을 가지고 택시 운수업으로 시작, 창립 60여년만에 재계 서열 10위권에 진입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하루아침에 세 개로 계열이 나눠지며 위상이 급추락하는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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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 ⓒ 연합뉴스
채권단은 전날 오너 일가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유지분 담보제공 및 의결권 처분을 포함, 자신들의 모든 부동산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금호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전망이다.
우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선 2개월 내에 워크아웃 계획을 마련, 출자전환, 감자 등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출자전환 이후 오너 일가에서 채권단으로 대주주가 넘어가지만 주식 우선매수권을 부여, 3년 뒤 주식을 되파는 방법으로 대주주 지분을 회복시킬 방침이다.
워크아웃이 아닌 채권단과의 자율적 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자구책을 마련한 뒤 채무 상환을 한시적 유예하는 한편 채권단이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경영권은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맡고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운영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따라서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소한 2~3개의 계열 분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금호석유화학이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어 조만간 박찬구 전 회장은 금호산업으로부터 매입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12.71%를 금호산업에 되팔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명예회장도 자신과 아들 박세창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11.96%을 처분할 방침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을 지배하고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있는 상태다. 또 이들 기업이 금호타이어, 대한통운, 대우건설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국.
그러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내달 중 금호산업에 대한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실시할 경우 채권단 지분이 월등히 높아져 자연히 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금호석유화학의 지배구조 해체 작업이 진행되면 실질적으로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전 계열사의 경영권은 채권단이 갖게 된다.
일단 채권단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에 대해선 3년간 경영권을 보장하고 최대 2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박삼구 명예회장이 수장 역할을 계속 맡게 되는 금호산업의 경우 실질적인 경영은 채권단 측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