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악적으로 말해서 정부가 세종시에서 손을 떼라고 한 적이 있다.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주기 바랐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세종시를 원안대로든, 수정안대로든 “나는 할 만큼 다 했으니 이제는 당신들 마음대로들 하라”며 내 던졌으면 한다. 그 만큼 했으면 알아들을 만큼 한 것 아닌가? 그래도 정히 싫다면 그만 두라고 할밖에-. 더 좋은 수정안이라 할지라도 싫다는데야 다른 무슨 도리가 있는가? 설령 천하 명의(名醫) 편작이나 화타가 무덤에서 살아 온대도 안 되게 돼 있다.
     원안대로든 수정안대로든 그건 관심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이지 기타 사람으로선 이리 되든 저리 되든 알 바 아니다. 도대체 누가 관심이 있다고 그 야단인가? 친박(親朴) 선진당 사람들은 계속 관심을 가지려면 가져라. 그러나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왜 덩달아 그 소동에 휩쓸려야 하나? 
     행정부처 일부 이전이 수정안보다 그토록 더 좋은 것이라면 떼어가라. 국가적인 견지에서 그게 나쁘다고 한다면 그 나쁜 결과에 대해 훗날 책임을 지고 일정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각서와 함께. 그 대신 수정안이 담은 여러 좋다는 대책들은 정부 부처 일부 이전과 맞바꿔 자진 사양 하는 게 공평할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는 없기다. 정부도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약속했던 혜택을 취소하는 게 당연하다. 이전 의사를 밝혔던 기업이나 연구소 등도 수정안이 부결될 경우에는 이전 계획을 백지화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감내하지 않아도 좋았을 정치적 부담을 감내한 것까지는 그 충정을 좋게 평가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과 정치집단들이 정히 그렇게 막무가내라면 굳이 그들에게 좋은 일 해 줄 필요가 있나? 고마워 할 줄 아는 상대방에게나 고마워 할 일을 해주는 것이지, 고맙다 여기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욕을 하는 상대방에게 뭐 그렇게 정성을 다해 잘해 주려고 노심초사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던져서 이슈에서 빼고 아젠다에서 빼고 관심거리에서 빼자. 지금 그보다 훨씬 더 막중한 내셔널 아젠다들이 수두룩하게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