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언론 보도에 드러난 북한 관련 뉴스의 키워드를 살펴 보면 대체로 ‘북 화폐개혁 실패’ ‘김정일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 ‘김정일 통제에 대한 시장의 반란’ ‘보안원에 실탄 보급’ ‘화폐개혁 책임자 경질’ 운운 하는 것들이다. 이를 당장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메이저 언론까지 이럴 정도라면 북한의 내부동향이 나쁜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정도는 감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한 마디로 김정일과 그의 체제가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은 낌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기사회생 시킬 한 가지 방도는 있다. 이명박 정부가 6.15 선언에 버금가는 동아줄을 던져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김정일은 김대중의 ‘햇볕’으로 죽다가 산 것처럼 이번에도 또 거끈히 살아날 것이다. 김정일에게 희망적인 것은 남쪽의 집권세력은 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한 판 굿거리로 국내정치의 기선을 잡으려고 안달을 한다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과 그 참모들은 국내정치를 단결에 자기들 페이스로 돌려놓는 최대의 비결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구하곤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 역시 여기서 예외이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들은 자문할 것이다. “어떤 시러배 아들 X이 그 좋은 걸 안 해?” 김정일은 과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남쪽에는 좌파도 많지만 중도실용주의자도 많다. 그들은 좌파 못지 않게 김정일에게 쓸모가 많다. 우파의 상당수를 ‘중도실용’이라는 묶음으로 흡수해서 그것을 빽으로 김정일에게 막대한 돈을 갖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김정일은 이명박 정부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할 만도 하지 않은가? 납북자 중에서 그쪽으로 마음이 기운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을 터이니 그런 사람 몇몇을 ‘인질 잡아 놓고’ 골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봉수교회 식(式) 예수교인도 있는 마당에 남쪽으로 보내도 김정일에게 큰 위해가 안 될 납북자도 더러 있을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되도록 지방선거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이명박 정부는 죽어도 정권을 내주기 싫은 박근혜 씨도, 그 무서운 좌파도 꺾거나, 달랠 수 있다고 볼 공산이 크다. 김정일은 이명박 정부의 이런 정치적 계산을 잘만 활용하면 이명박 정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를 골탕 먹이는 게 우선수위라면 지방선거 후로 정상회담을 미루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정일의 우군은 북한에서는 화폐 개혁 실패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모양이다. 김정일에게 장군 호칭을 붙이지 않고 그냥 “김정일이, 김정일이...” 한다니까. 김정일의 우군은 오히려 남쪽에 많다. 좌파 뿐 아니라 대북 장사치, ‘반북(反北)’으로 분류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먹물들, ‘햇볕’ 근처에 앉아 있어야만 ‘개명(開明) 정치인’으로 분류된다고 생각하는 정치꾼들, ‘남-북’ 시장(市場)이 서야 월급을 타먹는다고 여길 관련부처 관료들, 정상 쇼에서 한 판 벌여 장땅 잡으려는 미디어들....이들이 김정일 지지로부터 이탈하는 북한 주민을 대신해 김정일 수령 독재의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해 줄 것이다. 김정일은 참 복(福)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