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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일본 지상파 '프라임 타임' 편성 화제
한국 드라마 최초로 '황금시간대' 일본 안방극장 문을 열어 제낀 '아이리스'에 대해 일본 내 보수성향을 가진 일부 네티즌들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말 일본 포털사이트 익사이트 뉴스란에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가 방영된다"는 요미우리발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이 기사댓글을 통해 "한국 드라마에 2000만엔을 낸다니 바보 같다", "골든 타임에 한국 드라마라니..아줌마들 밖에 안본다"라는 성토를 늘어놓으며 해당 방송국에 맹비난을 가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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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은 "어디 방송국도 '반도(半島)' 재료를 좋아하는데, 이러다 한국 방송이 되는 거 아니냐", "골든 타임에 조총련 드라마가 성공을 거둘리 있겠냐! 킥킥", "TBS 스폰서 돼 주는 기업은 조총련계만 남은 거냐"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며 아이리스를 황금 시간대에 편성한 TBS는 물론 아이리스마저 '조총련계'라고 싸잡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TBS는 최근 수목 드라마 시청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평균 시청률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날이 많을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TBS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은 바로 한류 드라마의 방송이었다. 더욱이 유독 프라임 타임 시청률이 저조했던 TBS는 한국 드라마를 일본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황금 시간대에 편성하는 강수를 뒀다.
사실 오후 8~9시 사이에 자국 드라마 시청에 익숙해 있던 일본 시청자들의 반발은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한국 네티즌 중에도 관련 기사 댓글에 "우리나라 TV 황금시간대에 동남아시아산 '짝퉁 24'를 방송한다면 나 같으면 방송국에 도시락 폭탄 던지고 싶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
아이리스를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일본에서 외국 드라마가 지상파 TV 황금시간대를 점령한 것은 15년 전 미국 드라마 'X 파일'이 아사히 TV에서 오후 8시에 방영됐던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아이리스의 프라임 타임 편성은 일본 방송계에 가히 메가톤급 충격을 안겨줄 만한 일대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몸달은 TBS, 첩보액션물 아이리스 '모셔오기' 여념 없어
아이리스의 일본 방영권을 보유한 TBS는 내달 6일부터 위성채널을 통해 아이리스를 선 방송한 뒤 4월 중순부터는 지상파 채널을 통해 프라임 타임인 수요일 오후 9시에 '아이리스'를 방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TBS는 지난해부터 아이리스와 관련된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일본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한류드라마를 맞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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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의 일본 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아티스트뷰 측은 "이처럼 파격적인 편성이 이뤄진 데에는 한국 배우 및 한류드라마의 인기 뿐 아니라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물에 대한 일본 현지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한 탓"이라고 풀이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이리스가 일본 지상파 메인 방송 전파를 타기 전에 TBS 측에서 대규모의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번에 프라임 타임에 편성된 것도 TBS에서 워낙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라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프라임 타임용 드라마 제작비가 한 회당 4000만엔 정도인 점을 감안할때 그 절반 가량에 불과한 외국 드라마의 방영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잇점이 있다는 TBS 관계자의 멘트가 한 일본 포털에 게재 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액수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일본에 수출된 다른 외화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에 일본 판권(방영권)을 넘겼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 일부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애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에도 그런 반발 움직임이나 기류가 있다는 소식은 들어 본 적도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혐한류' 분위기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아이리스가 그만큼 일본 현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TBS와 더불어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막상 뚜껑이 열리고 방송이 시작되면 분명히 좋은 반응과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국내 방영에선 10회 분까지는 '사전 제작'이 이뤄졌었으나 11회부터는 방영과 동시에 촬영이 진행돼 CG같은 부분에서 다소 어색한 장면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국내에선 시간적·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상태로 방송이 나간 적이 있지만 일본에 방송되는 아이리스는 이같은 부분을 보완해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선뵐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 드라마는 한 회당 방송 분량이 45~50분 가량 밖에 되질 않아 부득불 TBS 측에서 시간을 줄이는 TV방송용 편집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테면 긴 회상신이나 중복되는 장면들을 부분 삭제해 시간을 맞추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日극우세력 '혐한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질투'와 '위기의식'의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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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강간 민족'으로 묘사한 일본 극우만화가 야마노 샤린(山野車輪·38)의 만화 시리즈 '혐한류(嫌韓流)'로 부터 촉발된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는 최근 들어 한류스타들의 위상이 높아지며 한국의 문화와 스타들에게 자국의 문화가 밀리고 있다는 일종의 '위기'의식과 맞물려 한국 연예인에 대한 험담이나 폄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병헌(좌측 사진)과 전 여자친구인 권모씨 사이에 벌어진 고소·고발건에 대해 일본 언론은 한국 못지 않는 취재열기를 보여왔는데 특히 후지TV는 지난해 12월 16일 저녁 뉴스 기간에 '뵨사마 스캔들'을 특집으로 다루며 권씨와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 인터뷰가 나간 시점이 도쿄돔에서 '한류 포카드' 행사가 열리는 바로 전날이었다는 점에서 한류스타를 깎아내리기 위한 일본 방송 측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주작(朱雀)'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세상 모든 것의 리뷰 http://zazak.tistory.com)를 통해 "이병헌을 비롯한 한류스타들이 혐한류의 타겟이 된 이유는 (일본이들의)위기의식이자 '한류'가 현재 일본에서 얼마만큼 위력을 가지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 여겨진다"며 "이병헌의 할리우드 데뷔작 '지.아이.조'가 개봉할 당시 일본에서 '이병헌 깎아내리기'에 그토록 많은 네티즌들이 골몰한 것은, 바로 이병헌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네티즌은 "자기네보다 못 사는 나라, 열등한 나라로 생각했던 한국에서 이병헌 같은 거대스타가 나왔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일일 것"이라면서 "아이리스가 타겟이 된 이유도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된다는 점도 그렇지만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첩보스릴러'란 장르에 도전해 성공한 탓도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첩보스릴러에 도전한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전부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는 게 이 네티즌의 주장.
따라서 "할리우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첩보스릴러'에 도전, 이 만큼의 완성도와 화제성을 몰고 온 작품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의 문화강국으로 자부하는 일본으로선 이런 한국의 약진이 그리 반가울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네티즌의 이같은 주장은 아이리스의 프라임 타임 방영을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물에 대한 일본 현지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한 ㈜아티스트뷰 측의 설명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이 네티즌은 "일본내 보수 언론과 일본 네티즌들은 약진하는 한국의 문화와 스타들에게 자국의 문화가 밀리고 있다는 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여겨진다"면서 "'한국 배우기' 열풍이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욘사마'를 일본 유력 정치인들의 부인들이 숭배할 지경에 이른 상태에서, 이병헌과 아이리스는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고 지우고 한국을 업신여기는(반대로 자국의 모든 것은 높이 평가하는) 일본 내 일부 세력에게 눈엣가시였다고 판단된다"고 결론을 맺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