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 블레어가 영국의회의 청문회에 불려가 ‘이라크전쟁에 관한 심문’에 응하는 광경을 BBC 방송을 통해 지켜보았습니다. 청문회 밖에서는 파키스탄과 이라크전쟁에 영국을 참전케한 블레어 수상을 반대하는 젊은 놈들이 블레어에 대한 욕설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어서 그는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지하실문으로 청문회에 들어갔다고 전해집니다.

    “참전을 후회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떳떳한 자세로,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사담 후세인을 그때 제거한 것은 잘한 일인데 무슨 후회가 있겠느냐”며 자기의 입장, 자기의 신념을 명백하게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국민 앞에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는 대통령들을 여럿 보았기에 토니 블레어의 자세가 더욱 돋보였는지도 모릅니다. 포악한 독재자 밑에서 신음하는 죄 없는 백성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논리였습니다.

    한국전쟁에서처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투가 3년 만에 끝이 나고 직업적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섬멸됐더라면 토니 블레어는 윈스턴 처칠과 나란히 영국역사의 위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진정 대영제국의 수상다웁게 ‘백인의 짐’을 기꺼이 지겠다는, 져야 한다는 19세기의 영국을 대변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들고 국민 앞에 당당하게 임하기를 바랍니다. 총리나 장관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고, 대통령 자신이 웃음 띤 얼굴로 떳떳하게 나서야 될 일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