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정부와 여당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친박계 의원들이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 첫날인 4일 정치분야 질의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퍼부은 친박 유정복 의원을 맞아 곤욕을 치렀지만, 전보다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
- ▲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4일 정치분야 질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대형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유 의원은 정 총리의 자서전 ‘가슴으로 생각하라’ 중 책 첫 머리에 쓴 정 총리의 서문을 소개하며 공세를 폈다.
유 의원은 “‘나는 상식과 신뢰를 강조하면서 살았다. 사람과 장소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은 연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는데 정 총리가 쓴 것이 맞느냐”며 “그렇다면 지금 (세종시 원안 약속을 어긴 정부는) 연기하고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국가대사에 있어서는 약속을 했더라도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면 바꾸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도대체 그 약속이라는 것은 그러면 뭘 말하는 것이냐. 예라도 들어보라”며 “총리는 머리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또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물었고, 정 총리는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안 되는 것을 상상하지 않고 있다”고 맞받으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등 대학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언급하며 “이런 것이 원안에도 있느냐”는 유 의원의 질문에도 정 총리는 “원안에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것들은 원안에도 다 있는 것인데 내용도 모르는 채 수정안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 총리는 “원안에는 대학과 기업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맞섰다.
충청민심과 관련한 논쟁도 오갔다. 유 의원은 “지금 충청민들은 수정안보다 원안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그렇다”면서도 “충청도민들은 수정안이 원안보다 더 좋은 것을 알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이 가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또 “충청 지역에서 수정안에 반대하며 다니는 정치인들 때문에 주민들이 수정안을 안 믿거나 (찬성) 의사표출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찬성) 의사발표를 하기 시작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친박계를 향해 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