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만난 MBC의 한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로 떨어진 신뢰가 아이티 지진현장 오보로 더 추락하면서다.

    이쯤 되면 엄기영 사장이 대국민 사과는 물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가 전한 사내 분위기다. PD수첩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판결로 MBC는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관계자는 "MBC는 방송인으로 지켜야할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방송의 원칙은 법률 이전의 문제다. 방송인이 꼭 지켜야 할 것은 현행 법률이 아닌 방송윤리강령으로 대변되는 방송원칙"이라며 "방송원칙을 지키면 법은 자동적으로 위반하지 않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턴가 MBC의 일부세력들은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선두주자가 돼 버렸고 사장은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고 개탄했다.  

    엄 사장이 제시한 MBC 개혁안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엄 사장 자신의 연명을 위한 전략으로 유명무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MBC 개혁의) 핵심인 단체협약 개정과 PD수첩 재조사와 구조조정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엄 사장은 경영도 잘 모르고 우유부단하다"며 "2010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됐는지도 모른다. 지금 벤쿠버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도 확보 못했고, 종편채널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대응전략도 없다.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리더가 바로서야 한다. KBS와 SBS는 새 사장을 선임해 변화하고 있는데 MBC만 그렇지 못하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사원들도 뿔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덕여왕에만 기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MBC는 60여일 째 보도와 TV제작·편성·경영본부장이 공석이다. 3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열렸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방문진의 한 관계자는 "엄 사장이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안 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해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았다. 방문진은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엄 사장의 거취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까지 가세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7일에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의원직 사퇴를 번복한 MBC 사장 출신의 최문순 의원이 김우룡 이사장을 찾아와 엄 사장의 임기 보장을 요구했다. 방문진의 한 관계자는 "MBC 임원 선임은 방문진의 고유권한인데 엄 사장의 욕심 때문에 파행으로 치닫고 있고, 야당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 밖에 별동부대가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지금 MBC는 사회통합의 중심이 아닌 사회갈등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