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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부동산 시장에는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금융위기, 4대강사업, 보금자리주택, DTI규제, 세종시 등의 이슈는 올해 부동산시장을 어느 해보다 뜨겁게 만들었다. 그 중 경매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금융위기와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올해 경매시장은 ‘이색매물 등장’, ‘낙찰가 총액 사상 최고치 기록’ 등의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다.
◇ 금융 위기 여파로 매물 쏟아져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금융 위기 여파는 국내 경제 전반을 냉각시켰다. 부동산 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거래량이 줄고 매매가도 하락세를 보여 부동산중계업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0월 국토해양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발표에 따르면 올 한해 2000여개 부동산 중개업소가 휴·폐업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거래가 없어 문을 닫거나 휴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매시장운 금융위기 여파가 오히려 활성화 요인 중 하나였다. 금융위기로 인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되지 않는 채무자의 부동산이 법원매물로 쏟아져 나왔으며 정부 부양정책과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맞물려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부동산 경매 낙찰가 총액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경매 시장 사상 최고액이다. 이렇게 금융 위기 여파로 인해 나온 물건 중에는 영화관, 조선소, 대학교, 골프장 등 고가 물건이나 이색 물건도 다수 포함되어있는데, 전례 없는 금융 위기가 이러한 기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DTI 규제 확대에 경매시장 술렁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그 중 투기제한과 집값안정 등의 이유로 시행된 DTI규제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여파를 끼쳤다. 1금융권에 적용되던 규제가 10월 12일부터 2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경락잔금대출이 어려워져 본격적으로 수도권 경매시장을 흔들었다. 기존에 주목받던 수도권 아파트는 DTI로 인한 대출규제에 가장 타격이 크다. 특히 9월 정점에 이르렀던 버블세븐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는 10월 규제 확대 이후 11월에 이르러 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DTI규제에서 자유로운 지방 경매시장은 상대적으로 활성화 바람이 불었다. 지방아파트 낙찰가율은 규제가 확대된 지난 10월 89%로 1월 이후 수도권 아파트를 따돌렸다. 그 중에서도 대전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평균 매각가율이 80%를 선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울산 92%, 부산 91%, 대구 90%, 광주 98%로 DTI규제가 지방경매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 경매 강좌 인기몰이수도권 아파트 인기 하락에 하반기 경매시장 흐름은 전반적으로 주춤했지만, DTI규제를 받지 않는 연립이나 다세대 등 소형 매물을 중심으로 하는 거래는 꾸준히 이루어졌다. 9~10월 규제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아 절반 이상 하락했던 낙찰가도 11월에는 전년도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강남권이 7억8312만원에서 8억3887으로 7.12%, 비강남권은 3억7207만원에서 4억4362만원으로 16.54%의 오름세를 보였다. 올 한해 수도권 낙찰가를 종합해보면 총액은 연말까지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연말에 가까워 지면서 경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금융위기 여파로 매물이 풍부한 상태에서 전반적인 낙찰가 하락을 기회 삼아 실수요자가 경매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지방에서 경매 열기가 뜨거워진 탓에 경매로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도 많아지는 추세다.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각종 경매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 카페 ‘hope의 경매스쿨’을 운영 중인 부동산인사이드 이승호 대표는 “올 들어 책이나 신문을 통해 경매를 접하고 부동산 경매 강좌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며, “수강생 모집이 매번 조기에 마감되는데, 기존에는 투자를 목적으로 수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하반기 들어 실수요자가 대거 몰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