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도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대로 시간만 지나면 끝이냐?"

    미디어법 재논의를 주장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인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자당 지도부에 쏟아낸 비판이다.

    천 의원은 함께 의원직 사퇴서를 낸 자당 소속 장세환 최문순 의원과 함께 22일째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이다. 미디어법 재논의와 김형오 국회의장 사퇴가 이들의 요구다. 그러나 지금 여의도의 관심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에 관심이 쏠려 미디어법은 가려진 상황이다. 이들의 농성도 그만큼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장실 앞에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장실 앞에서 미디어법 재논의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농성 중인 천 의원을 만났다. 22일째 농성 중임에도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방한이 되는 돗자리를 깔았고 등받이 의자에 앉아 인터넷도 하고 책과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겨울이라 날이 추워 견디기 힘들 것으로 봤지만 천 의원은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닝셔츠에 내복을 입고 셔츠와 두개의 카디건에 잠바까지 입어 춥지는 않다는 게 천 의원 설명이다. 그는 "옷 6겹에 목도리까지 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했다.

    맨 먼저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분이 오죽하면 농성을 할까 하는 우호적 여론도 있지만 법무장관이 입법기관인 국회 안에서 농성을 하는 데 대한 비판여론도 크다'고 묻자 천 의원은 "법무장관은 농성 하면 안됩니까"라고 되물었다. 미디어법 재논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농성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한 것이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게 천 의원의 주장이다.

    천 의원은 자당에 대한 불만이 컸다. "당도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지금 같은 태도라면 야당은 (이명박 정부) 임기 끝날 때 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은 80석이 넘는 의석을 갖고 있다. 의원 10명씩 8개 팀으로 나눠 용산 문제와 여러 이슈를 나눠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금 원내에서만 (투쟁)하면 4대강 사업이 막아지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정세균 대표가 구속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날 때 동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민주당의 대여공세는 점차 탄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천 의원에게 '제1야당 대표인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많이 좁아져 민주당의 대여투쟁도 힘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하자 "정 대표 문제는 잘 모르겠고"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당이 확고하게 이명박 정권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 적당히 하고 갈 게 아니라 확실히 견제할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세월이 지났다고 유야무야 하면 모든 문제가 다 그렇게 된다"며 현 지도부의 대응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성 중인 세 의원은 의원직 사퇴서를 냈지만 아직 의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여권에선 천 의원을 비롯한 세 의원의 국회 농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으면 국회에도 들어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천 의원은 이런 비판에 "우리는 김 의장을 상대로 국회에 온 것"이라며 "우리도 우리 사퇴서나 빨리 처리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의정활동을 하러 들어온 것도 아니고, 본회의를 방해하지도 않는다. 세비도 안받는다"고 반박했다.

    외국 귀빈의 국빈방문 당시 국회의장실을 점거해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천 의원은 "국빈들이 국회의장 집무실에 들어옵니까. 접견실에서 만나고 우리는 접견실 사용을 방해하지 않았어요"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우리는 국빈이 오는 줄도 몰랐고, 국회의장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며 "그러나 접견실 사용은 협조를 했고 방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자꾸 초점을 흐리려고 하는데 우리는 국회의원 하려는 것도 아니고, 본회의 방해하려는 것도 아니다. 본회의 열면 비켜준다"며 "그런 식의 비판은 전형적인 기득권자들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