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말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살리기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2일 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데 이어 4일에는 전남 영광군 대마면 대마산업단지 건설 현장과 영광원자력발전소, 광주 송정역 호남고속철 기공식장을 방문했다.

    호남 방문은 지난달 22일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참석에 이어 보름만이다. 세종시 수정이 호남권에 예정된 혁신·기업도시 추진과는 별도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호남 지역이 균형발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 4일 전남 영광 대마산업단지 시찰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4일 전남 영광 대마산업단지 시찰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박준영 전남지사, 민주당 소속 이낙연 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대마산단을 둘러봤다. 이 대통령은 정기호 영광군수로부터 현장 보고를 들은 뒤 "내가 한 가지 훈수를 하겠다"면서 "산업단지 공사를 다 하려면 3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공사를 하면서 한쪽에서는 이 지역에서 유치하려는 기업이 공장을 짓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3년 후 준공식 때는 공장 몇 개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며 "가동시간이 앞당겨져 기업도 좋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산단 공사를) 다 해놓고 공장을 지으면 늦다. 가동시간을 1~2년 앞당겨라"고 강조했다.

    산단 이름을 지어달라는 요청에 이 대통령은 "그것은 마을 어른들이 모여서 지어라"며 "내가 나중에 붓글씨로 잘 써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가는 곳마다 잘된다. 어렵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복이 있어서(그렇다)"며 사기를 북돋았다.

    이어 영광원자력발전소 시찰에 나선 이 대통령은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발전소 사장으로부터 현황 브리핑을 받고 "러시아에서는 원전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가정용으로 쓰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화훼단지 관리 등에 생산적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광주 호남고속철 기공식장으로 이동하던 중 예정에 없이 법성포 굴비상가에 들러 상인들을 격려하는 '깜짝 행보'도 보였다. 이동 과정에서 이낙연 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갑자기 내린 결정인 것으로 추측됐다. 이 대통령은 한 상가에 들러 "이 위원장이 친구집이라고 해서 들렀다. 하나 사야겠다"면서 굴비 한 갓(열마리 묶음)을 구입했다. 가게 주인이 몸이 아프다는 이 위원장의 말을 듣고는 주인에게 "꼭 나으세요. 굴비 많이 파세요"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세종시를 교육 과학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 때문에 호남권의 주요 추진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과거 국토 개발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껴온 호남 지역민 정서를 어루만져 세종시 수정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