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기아의 김상현이 9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노렸던 공이 파울이 되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기아의 김상현이 9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노렸던 공이 파울이 되자 안타까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는 1차전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 단기전에서 가장 나중에 웃는자는 언제나 SK였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배한 뒤 두산 베어스에게 4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거머줬던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은 패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4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뤘다. 올해 역시 이같은 징크스는 되풀이돼 두산에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연거푸 패한 SK는 기적같은 3연승을 일궈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기아 타이거즈와 맞불을 놓게 됐다.

    1차전 패하면 우승하는 SK의 기막힌 '우승공식'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SK는 '역전의 승부'를 어김없이 펼치며 '1차전에 승리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단기전에서 '1차전에서 패하면 우승한다'는 정반대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20일 기아 타이거즈와의 4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SK는 '벤치클리어링' 이후 똘똘 뭉친 팀 분위기를 바탕으로 내친김에 4연승을 달려 한국시리즈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선수들 역시 자신감에 차 있다. 지난 19일 3차전을 앞두고 "3연패하고도 3연승 할 수 있는 게 바로 야구"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SK 주장 김재현은 4차전을 승리한 이후에도 자진해서 특타를 마다하지 않는 등 디펜딩 챔피언의 주장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김재현의 이같은 투지가 팀내에 전해진 탓인지 후배들 역시 휴식을 마다하고 각자 특훈을 자처하며 5차전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집단 몸싸움 같은 사건이 벌어질 경우 SK 선수들이 더욱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을 거론 "경기 전 임하는 각오나 집중력이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SK 경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김성근 감독 특유의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과 철저한 데이터 분석이 패기넘치는 SK 선수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12년 만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기아 타이거즈 선수 역시 'V10'을 기치로 내걸고 전신 해태 타이거즈가 이룩한 한국시리즈 무패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 ▲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를 이끈 SK 김성근 감독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를 이끈 SK 김성근 감독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차전과 2차전에선 기아의 이같은 각오와 결심이 엿보이는 듯 했다. '백전노장' 이종범은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 맹타를 휘두르며 경기 MVP를 수상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이종범은 전신 해태와 기아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 뿐 아니라 과거 한국시리즈 무패 신화를 이끌었던 기아팀 '맏형'으로서 특유의 노련함과 센스있는 야구로 기아가 초반 기선을 제압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2차전 주역은 단연 '돌아온' 윤석민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윤석민은 7개 탈삼진을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호투, 기아를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2타점을 올린 최희섭 외 이틀째 침묵을 지킨 기아 타선은 결국 3연승의 걸림돌로 작용,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단초가 됐다.

    잠실벌 3연전 누가 이길까?

    기아는 해태 시절 9번의 우승 중 7번을 잠실구장에서 기록하는 등 잠실구장과 '기분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더욱이 전신 해태 타이거즈 당시 한국시리즈 무패 기록과 함께 잠실구장 전적도 11승 1무 1패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던 팀이다.

    따라서 기아팀으로선 먼저 2승을 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고 SK와 승부를 벌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역대 전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견고한 금자탑을 쌓아올린 팀이라는 점을 인식, 도전자가 아닌 챔피언의 마음가짐으로 남은 잠실전을 치르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홈구장 다음으로 팬층이 두꺼운 잠실에서 경기를 벌인다는 점도 기아로선 행운이자 위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