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나 떨고 있니?" Again 2007 될라 노심초사

기아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4차전(20일)에서 SK 와이번스에 무기력하게 패함에 따라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우승컵 향방이 기아에서 SK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분위기다.

사실 광주에서 열린 2연전에서 SK가 기아에 전패를 당할 때만 해도 SK의 3년 연속 우승은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SK는 '안방' 인천으로 돌아온 뒤부터 내리 3,4차전을 쓸어담으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분수령은 지난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3차전이었다. 4회 말 기아의 서재응과 SK의 정근우가 1루에서 기싸움(?)을 벌이다 양팀간 벤치클리어링(집단 몸 싸움)이 벌어진 것.

결국 흥분을 이기지 못한 서재응은 5회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결과는 SK의 11-6 완승으로 이어졌다. 기아는 김상현이 3점포를 터트리는 등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6득점에 그치며,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이날 벌어진 양팀간 '몸 싸움'은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 포함)을 노리는 기아 측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수(惡手)로 작용했다. 반대로 SK로선 이날 몸 싸움이 팀 분위기에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호재로 작용했다.

SK는 벤치클리어링에 익숙한 팀이다. 2007년 두산 베어스와 가진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를 당하다 3차전에서 집단 몸싸움을 벌인 이후 승승장구, 내리 4연승을 달려 기적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이같은 경험 때문인지 20일 열린 4차전에서도 SK는 특유의 침착함을 선보이며 막판까지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기아를 뿌리치고 4-3 승리를 기록했다.

기아는 이날 경기에서 병살타를 3개나 기록, 되레 'Again 2007'을 기대하는 SK의 바람에 돛을 다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SK로 흐르고 있다. 2연패 뒤 2연승을 거둔 SK의 덕아웃은 그 어느때보다 웃음꽃이 활짝 핀 분위기다. 그러나 기아 타이거즈 역시 전신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에 오를 경우 승률 100%'라는 기록을 보유한 팀이다. 과연 패기의 SK가 2007년의 기적을 재현, 한국시리즈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을지 아니면 관록의 기아가 '한국시리즈 무패'라는 진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