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터넷에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이 퍼지며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의 모고교 2학년 학생이 지난 7월 초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을 붙여 올린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45초짜리 동영상에는 수업이 끝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건장한 체격의 한 남학생이 시험지처럼 보이는 유인물을 걷는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가선다. 여교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자 "누나 사귀자"라고 소리친다. 다른 학생들이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치고, 카메라를 보고 "도망가는데요"라고 말한 남학생은 다시 여교사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다른 남학생이 여교사의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도 잡혀 있다. 여교사가 동영상을 찍는 학생을 향해 '찍지 말라'는 듯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동영상은 끝난다.

    이 동영상은 지난 8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인터넷은 들끓었다. "명백한 성희롱이다" "교사의 권위가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학생이라고 봐 주면 안 된다" 등등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에선 "학생들이 장난으로 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흥분한 네티즌들의 '폭탄 댓글'에 묻히고 말았다.

    서울시교육청은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학교측은 긴급 징계위원회를 열어 여교사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학생과 동영상을 찍은 학생 등 2명에 대해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를 결정했다. 경찰은 "성추행은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교사가 수사 의뢰를 해오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동영상을 20번쯤 살펴봤다. 처음엔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동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동영상 속 학생이 여교사를 '우습게' 보고는 있지만, '능멸'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으로 만든 동영상일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을 듯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태도는 분명 잘못됐다. 우선 미니홈피에 올린 동영상 제목이 '선생님 꼬시기'라는 것부터 시작해 벌어지는 동영상 속 상황 자체가 '막장 교실'을 소재로 한 외국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관련 학생들은 같은 학교 학생 1명을 복도로 불러낸 뒤 여러 명이 때리는 장면을 담은 '몰매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훈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의 태도는 더욱 걱정스럽다. 선생님을 '누나'라고 부르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은 "과연 저기가 교육 현장인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학교측의 '출석정지 10일' 처분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교권 침해 사건이 2006년에 179건, 2007년에 204건, 2008년에 249건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해도 현재 200여건이 접수된 상태다. 교원 6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5.4%가 "최근 1~2년 사이에 교직에 대한 만족도와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66.4%가 "학부모·학생에 대한 권위가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파문은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인터넷 문화',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교육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의 조속한 제정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동영상이 유포되도록 방치하는 거대 포털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혀 한번 끌끌 차고 잊어버린다면 이번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생길 것이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