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제1야당인 민주당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서거로 구심점을 잃어버리자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김 전 대통령 서거 뒤 당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고, 계획했던 친노 진영과의 통합은 더 멀어져 가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세균 대표 리더십도 흔들리고 대여투쟁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정 대표는 당내 비주류 반발을 잠재우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운찬 국무총리 발탁 소식은 민주당을 더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 ▲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조경태의원(왼쪽)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의결요구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면 민주당이 반대만 하는 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를 재고할 것을 요구한 뒤 자리로 돌아가자 민주당 수뇌부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조경태의원(왼쪽)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의결요구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면 민주당이 반대만 하는 당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를 재고할 것을 요구한 뒤 자리로 돌아가자 민주당 수뇌부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는 이런 민주당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공지한 회의시간이 13분이나 지나자 사회를 본 박은수 의원이 회의 시작을 알렸으나 의원들은 아랑곳 않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고, 일부 의원은 사회자의 회의 진행이 어려울 만큼 크게 웃고떠들었다.

    이강래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려고 마이크를 잡을 때 까지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고 사회자가 이 원내대표에게 박수를 유도했지만 정작 박수를 치는 의원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정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도중 입장해 회의 분위기를 더 어수선 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도 원활하지 못했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와 참석한 의원들에게 "이 자리에서 당론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며 이의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경태 의원이 번쩍 손을 들며 "이의 있습니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조 의원은 먼저 지난 1일 정기국회 본회의 개회식에서 김형오 국회의장 발언 때 자당 의원들이 소형 플래카드 시위를 한 것에 대해 "초등학생 수준도 안 되는 퍼포먼스로 국민에게 '또 싸움하려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많이 받았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자당의 4대강 정비사업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바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 또 국민이 봤을 때 '저 당은 으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당'이란 부정적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국정조사 요구 이전에 폭넓은 의원의 의견을 모을 것을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정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지만 조 의원은 "우리 당이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당 쇄신 문제를 꺼냈다. 그는 '통합과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임명한 것에 문제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 워크숍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 혁신을 하자'고 많이 얘기했는데도 개인적으로 불미스런 일에 계신 분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다. 어떻게 보면 혁신 대상인 그 분이 또 우리 당의 얼굴이 얼굴이 돼야 되겠느냐"고 주장한 뒤 "위원장 인사 부분을 다시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4대강 정비사업 국정조사는 조 의원의 반대의사 표시 뒤 곧바로 당론으로 결정됐고 김 전 의장의 '통합과 혁신위원회' 위원장 문제도 더 거론되지 않았다. 조 의원의 반대에 당 주류로 분류되는 모 재선 의원은 "에이 씨"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나와 미디어법 통과에 따른 미디어 지형변화에 대한 강연을 한 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비공개 회의때 회의장에 모인 의원 숫자는 32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