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은 14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계경제 판도 변화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38차 월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특별 강연을 하고 있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은 14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계경제 판도 변화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38차 월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특별 강연을 하고 있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   ⓒ 뉴데일리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14일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이사장 남덕우)에서 "북한의 핵실험 감행으로 6자 회담이 무위로 끝날 것"이라면서 "북한을 제외한 5자만으로 '동북아안보협의기구'를 발족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해 주목된다.

    국내 경제분야 원로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이날 '세계경제의 판도 변화와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배관을 연결해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한반도의 철도를 시베리아와 중국 횡단 철도와 이어 한국을 명실공히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룡화대비, 러시아 협력 연해주 진출, 개발은행 설립"

    이날 남 전 총리는 골드만 삭스의 장기전망 분석자료를 인용, "중국은 2030년경부터 미국을 추월해 2050년에는 세계 제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20년 동안은 미국경제가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나, 중국은 머지 않아 동북아의 공룡이 되고 40년 후에는 세계의 공룡이 될 것"이라고 예단했다.

    이어 남 전 총리는 "중국의 공룡화는 곧 한일 양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클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 "지리적, 문화적 근접성 때문에 각 나라간 상품과 서비스의 교류가 확대됨은 물론, 한국은 제3국과 중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디 삭스(Jeffrey D. Sachs)의 발언을 빌어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남 전 총리는 지난해 기준 아시아 GDP의 96%를 차지하는 동북아 국가의 경제적 비중이 막대함을 강조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활용, 한국의 역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 14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의 월례토론회 전경.  ‘ⓒ 뉴데일리
    ▲ 14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의 월례토론회 전경.  ‘ⓒ 뉴데일리

    남 전 총리는 "이미 인천공항은 동북아 최대 공항으로 자리잡았고 부산, 광양만은 동북아의 주요 물류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한반도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 도로, 통신망,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로부터 파생되는 소득과 고용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전 총리는 "이같은 동북아의 발전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에너지 안보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키로 한 정부의 방침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이같은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가즈프롬은 이날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오는 2015년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연간 750만 톤의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하게 된다.

    또한 남 전 총리는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공동 이익을 위해 한반도와 시베리아, 중국의 철도를 연결, 화물 수송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현재 6만5천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는 연해주로 진출해 이 지역의 천연가스, 농악물, 해양자원을 개발함으로써 시베리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 ▲ 14일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 14일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동북아시아안보협력기구(NASO)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남덕우 전 총리.  ⓒ 뉴데일리

    덧붙여 남 전 총리는 "특별히 연해주 개발에 대해선 남북통일에 대비하자는 의미도 있다"며 "지금부터 연해주를 개발해 살 만한 생활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북한의 동포들이 그곳으로 이주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한국선진화포럼은 최근 국내 전문가들과 연해주 현지 사정을 파악, 토지의 49년 장기 임대가 가능하고 한인 주민이 5000명이 넘으면 자치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 전 총리는 "전술한 동북아 지역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고 중국의 서부 오지, 몽골, 북한의 경제개발을 촉진하자면 국가간의 협의체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지역협력 기구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나아가 남 전 총리는 "우리나라가 중국 공룡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이끌어내자면 동북아의 안전보장이 전제 돼야 한다"며 "우리의 통일 문제를 현실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6자 회담을 '동북아안보협의체' 즉 '동북아시아협력기구(Northeast Asia Security Organization=NASO)'로 전환,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남 전 총리의 한국선진화포럼 특별 강연회에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정종욱 전 주중대사, 한국교통연구원 황기연 원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문우식 교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 전 총리가 제시한 방안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이 추가 발제 및 토론을 벌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